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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출시는 기업인데...주인 행세한 전남농업기술원?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06-18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난 6월 17일 다수의 언론이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이하 전남농기원)이 지역 특화작목인 유자의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을 활용해 유자씨 오일을 첨가한 ‘오일세럼’을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친환경 자원 재활용과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친화적인 제품을 내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은 민간기업 ‘하이솔’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른바 ‘출시 주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보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출시(出市)’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 등 생산 주체가 제품을 실제 시장에 내놓는 행위를 의미한다. 단순한 기술 개발이나 연구 성과가 아닌, 상품을 만들고 판매를 개시한 행위 전체를 포괄한다. 그런 점에서 ‘제품 출시’라는 표현은 그 행위를 실행한 주체에게만 정당하게 쓰여야 한다. 그런데 전남농기원의 이번 사례는 기술이전이라는 연구기관 본연의 역할과 민간기업의 제품화 과정을 혼동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남농기원은 유자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유자씨에서 기능성 오일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2023년에 시제품을 만들었으며, 2024년에는 ‘피부 미백 및 주름 개선용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청 누리집(https://www.kipris.or.kr/)에서 확인한 결과, 특허 등록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여기까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 평가할 수 있다.

 

이후 해당 기술은 민간기업 하이솔에 이전되었고, 이 기업은 브랜드 ‘림포디아’를 통해 2025년 4월부터 제품생산을 완료하고 자사 누리집을 통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실질적인 ‘제품 출시’는 바로 이 시점과 주체에 해당된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제품 출시 이후 두 달이 지난 6월 중순, 전남농기원이 마치 제품을 직접 기획·생산해 시장에 내놓은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기술이전의 성공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출시’라는 구체적인 시장 행위를 공공기관이 주도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실체를 왜곡할 수 있다. 특히 보도 시점의 의도를 감안하면 전남농기원의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

 

화장품은 단순한 연구 성과만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다. 원료의 기능성과 효능 외에도, 안전성 검증, 피부 자극 테스트, 디자인 및 패키징, 소비자 피드백 반영, 유통망 구축, 마케팅 전략 등 복합적인 시장 대응력이 요구된다. 이 모든 부담과 책임을 감수한 주체는 하이솔이다. 만약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불명확해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이 함부로 ‘출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기술이전은 공공 연구기관의 중요한 책무이며, 이번 전남농기원의 연구도 그 자체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기술이전과 제품화, 출시는 엄연히 구분되는 단계이며, 그 구분은 언어 사용에서도 명확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제품 성과까지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려 한다면, 그것은 공공 신뢰를 해치는 일이며, 민간의 시장 기여를 가리는 불공정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사회와 시장으로 이전되어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 그러나 그 완성은 기술을 활용한 주체의 몫이다. 공공기관의 지나친 실적 홍보는 오히려 진정한 ‘성과’의 그림자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전남농기원에게 필요한 것은 과대 홍보가 아니라 겸손한 공공성과 언어의 정직함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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