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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제 갈길 찾아가기
  • 기사등록 2014-12-23 14: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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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내 아들을 어째야 좋겠는가?”

서울에서 꽤 장사가 잘 되어서 친구들이 가면 밥을 잘 사는 친구가 걱정이 가득해서 묻는다.

“무엇 때문에 그런가?”

“제 친구들 셋이랑 노상 강도짓을 해버렸다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원 다녀오는 길에 술 취한 행인에게 텔레비전에 본 것을 그대로 해 본 것이었다. 넷이 빙 둘러서서 돈을 요구하니까 지갑을 주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녀석들은 바로 그 옆에 있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붙잡혔던 것이다. 경찰에게 혼쭐이 나고도 공부할 생각을 않는다는 것이었다.

“답을 아들에게서 찾아보소. 지가 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그것을 시키게.”

제 갈 길을 가게 하자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아이는 생활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것은 스스로 열심히 했단다. 그 뒤에 요리를 배워서 호텔 주방에 취업을 했는데, 생활음악이 도움이 되어서 인기도 많고, 승승장구하고 있단다. 가족은 외국에 갈 때 그 호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자랑을 했다.

수능이 끝났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1년간, 아니 고교 3년간 고생했다. 질풍노도의 중학생 시절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입시전쟁! 고 3때는 온 집안이 비상이 걸린다. 지금, 수험생과 학부모와 선생님은 점수에 맞는 대학,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할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바라는 공부를 하고, 적당한 직장에 척척 취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은 절대로 학생 탓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서 개별화 교육을 시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니까 OECD 국가 중에 성적은 최고 수준이나 학습흥미도는 아주 낮다.

칙센트미하일리는 플로우(flow) 이론에서, 학생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심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갖 정신을 집중하면서, 최상의 기쁨을 맛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업 방법이 개별화수업인데, 이미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시행하고 있다. 그런 나라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와 공부를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적과 기질이 각기 다른 학생들에게 똑 같은 내용을, 한 가지 방법으로 가르치니, 자연히 서열이 생긴다. 그러니 한번 뒤떨어지면, 특별하게 하거나 학원에 가서 보충을 해야만 따라가거나 앞서 갈 수 있는 것이다.

장학생이 되어야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나 역시, 온 종일 공부만 했었다. 친구들 하고 어울려 놀지도 못해 사회성도 떨어지고, 또래들이 즐기는 운동도 못했다. 심지어는 읽고 싶은 책도 못 읽었다. 오직 공부만!

청소년기에 공부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우정을 쌓는 것, 자연을 탐험하는 것,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다. 연애도 적당한 때에 건전하게 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더 멋진 삶, 풍요로운 인생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복지가 탄탄해서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서부 유럽들처럼!

인디언의 금언이 심금을 울린다. 천국에 가는 열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행복한 것, 다른 하나는 행복하게 한 것.

가고 싶은 학교, 보고 싶은 얼굴, 하고 싶은 공부로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땀을 흘리시는 선생님들께 봄 햇살 같은 미소로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세계의 기쁨이고 희망인 학생들에게도 사랑을 가득 담아 박수를 보낸다. 모두 제 갈 길을 잘 찾아 가기를 빈다. 청소년기의 모든 고통은 행복의 씨앗이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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