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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 / 조기호 - 북항에서-
  • 기사등록 2020-02-15 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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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맞설 수 없어서

도망하고 피해 달아난 곳,

그래서 무참하게 꺾인 몸

마침내 버려야하는 그 막다른 곳을

‘끝’이라 하지만

 

저무는 하구河口,

핏빛 울음으로 뒤척이는 노을을 보라

산꼭대기거나

가파른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져

조각조각 으깨진 절망과 좌절의 물결들 아니었으면

도대체 어디에 등 기대고 울 수 있겠는가

달려온 시간들을 부끄러워 마라

등 떠밀던 바람도 탓하지 마라

그저 퍼렇게 멍든 풀잎처럼

황막한 어둠 속에 엎드려

밤마다 부르르 떨며 울었을

상심傷心의 끄트머리,

 

두려워마라

노을이 지고

모든 길들을 가로막는 어둠 속에서도

별들이 돋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한 접시의 욕지거리를 가득 채운 채

참담하게 내던져지는 그 시퍼런 소주병처럼

깊고 깜깜한 저 바다 속으로

다시 한 번 몸을 던져야 한다.

‘끝’이란

생전에 보지 못한 또 다른 ‘길’인 까닭이다.

 

조기호 【약력】

 

▪ 광주일보(84) 및 조선일보(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 전남시문학상, 목포예술상 수상, 열린아동문학상

▪ 전남시인협회부회장, 목포시문학회장, 목포문인협회장 역임

▪ 동시집 <숨은그림 찾기> <반쪽이라는 말> 외 출간

▪ 「목포문학상」 운영위원

▪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동시창작’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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