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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가 드리는 당부
  • 기사등록 2020-04-06 12: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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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코로나19로 교육계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재난 앞에서 아이들과 가족의 건강이 최우선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거주 국민들의 귀국으로 지역사회 감염까지 확산되고, 전문가들이 장기화를 예측하고 있어 등교 시기는 언제가 될지 요원합니다.


며칠 후 시작할 온라인 개학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처음 가는 길입니다.


당연히 서툴고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에 대해 다그치거나 질책하기보다는 함께 돕고 길을 찾으려 노력하겠습니다. 제대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한배를 탄 교육공동체로서 기본적인 원칙과 상호 간의 신뢰가 없다면 길을 잃고 헤맬 것입니다. 온라인 개학뿐만 아니라 그동안 코로나19에 대처해 온 교육계의 모습을 지켜보며 몇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긴 호흡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1월 중순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 31일 온라인 개학을 발표할 때까지, 교육부는 개학을 1주, 2주씩 연기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교육이 그만큼 중요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결국 준비 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고스란히 현장의 몫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온라인 개학이 몇 주짜리 대안인지 명확하지 않아 교사들은 집중도가 분산되고 학부모는 돌봄과 학습 계획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대학이 한 학기를 온라인 강의로 결정한 것처럼 감염 전문가와 상의해 중장기 방안을 수립할 것을 요청합니다. 등교 시기는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한 명도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온라인 개학으로 경제적인 격차가 고스란히 학습 격차로 이어질 것이 우려됩니다. 또한, 맞벌이, 장애 학생, 다문화, 위기 가정 등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2인 이상 다자녀에 대한 지원과 직업계 학교, 예체능 학교에 대한 대안도 필요합니다. 학습 기기뿐만 아니라 온라인 환경, 학습 도우미 여부, 안정된 학습 공간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아동센터, 다문화지원센터, 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실업 상태인 방과후 강사나 마을 강사, 학원 강사 등을 채용해 온라인 학습을 도와주고, 필요 시엔 소규모 학습 공간을 제공할 것을 제안합니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 복지여야 합니다.
교육만큼은 가난을 증명하는 선별 복지가 아닌, 보편 복지가 옳습니다. 비상 시국이 아닌 때에도 급식, 교복 등 보편 복지를 시행해 왔습니다. 온라인 교육용 학습기는 가정의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외국처럼 모든 학생에게 지급하고 학교 비품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파손이나 분실 시엔 개인이 부담하면 됩니다. 개학 연기로 인해 불용된 학교 예산(급식, 안전공제회, 학교운영비 등), 지자체의 취소된 행사 예산, 혁신교육지구 예산 등을 통합하고 부족분은 추가해서라도 교육에 우선 투입해 주세요. 유해 사이트를 차단한 교육용 학습기가 지급된다면 디지털 기기 폐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도 줄어들 것입니다.


법령과 틀을 깨는 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감염에 대한 대처는 앞서가는 반면, 교육에 대한 대처는 우리나라가 가장 뒤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틀에 박힌 행정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도 200년 전통을 깨고 취소됐고, 등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 나라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법정 수업일수, 수업시수, 대학입시 일정을 몇 번씩 수정하고,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출석 기준, 수업수강 기준, 학생부 기재 기준 등을 지키라고 합니다. 이제는 수능을 합격·불합격으로 자격고사화하거나, 2회 이상 응시해 유리한 점수를 제출하는 등 획기적인 전환을 논의해야 합니다. 전 학년 절대평가와 온라인 고교학점제도 검토해야 합니다. 재난과 비상 시국은 교육에만 예외일 수 없고, 수업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정서와 생활 관리입니다. 소속감 없이 방치되어 우울감에 빠져있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상호 간의 신뢰만이 공교육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시범 강의와 경험 공유, 학습지 개발 등 교육전문가로서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온라인 개학은 얼마 못 가서 실패할 정책이니 기다려보자, EBS 강의를 틀어주고 과제만 내면 된다, 어떻게 해도 민원이 발생할테니 지침대로만 하자 등...
학부모가 학교에 바라는 교육은 학생 개인을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지 시간을 때워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 개학은 사교육과 구별된 공교육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학년별, 교과별로 획일화된 방식이 아니라 교육전문가로서 재량을 발휘하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육부, 교육청, 학교도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2020년 04월 06일
광주참교육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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