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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재래종 마늘과 일본 고치현 도사시의 마늘 식용문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6-11 0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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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일본 시코쿠(四國) 고치현(高知縣) 도사시(土佐市)에는 가다랑어 회에 마늘을 곁들어 먹는 문화가 있다. 일본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문화이다. 지금은 얇게 썬 마늘을 회에 올려 먹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통마늘을 생선회에 올려 먹었다. 그것은 바다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도사견(土佐犬)의 특산지로 알려진 도사시는 토진(唐人)두부로도 유명하다. 토진두부는 임진왜란 때 초소카베모토치카(長宗我部元親)의 회유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간 박호인(朴好仁)이 전한 것이다. 초소카베모토치카는 도사국(土佐國, 지금의 고치현)의 영주로 시코쿠의 대부분을 지배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했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침공에 패배했다.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의해 임진왜란에 참여했으며, 조선의 장인(匠人)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데러갔다.

 

초소카베모토치카는 1598년에 일본에 인삼 재배법을 알려준 자신의 주치의 경동(經東) 등 30여명을 일본으로 데러 갔는데, 그중에는 박호인도 있었다. 초소카베모토치카는 박호인을 외국인이 사는 지역인 토진마치(唐人町)에 살게 했다. 박호인은 이 거리에서 두부조합을 설치하고, 두부를 만들어 팔았는데 이것에서 유래된 것이 도사시의 명물인 토진두부이다.

 

도사시의 토진두부는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에도 자주 소개되었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사시에서 가다랑어 회에 마늘을 곁들어 먹는 문화가 있고, 이것을 박호인이 전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도사시에서 재래종 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들 때문이다. 농가들은 그곳의 재래종 마늘과 박호인을 연계해서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 핵심은 역사성과 함께 시장에서 살 수 없는 마늘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판매하고 있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의 마늘은 풍년인 반면에 코로나 19로 소비가 감소해서 가격이 크게 폭락했다. 전남의 대표적인 마늘 주산지인 고흥의 마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고흥마늘은 지리적표시제 제99호로 등록돼 있고, 지난해 재배 면적은 약 1274㏊, 생산량은 1만6905톤으로 고흥의 대표 농산물 중 하나다.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많은데 비해 재배 품종은 단조롭다. 품종과 유통 구조가 다양하지 못해 생산량의 다소에 따른 가격 진폭계수 또한 크다. 올해는 가격이 폭락해 산지 마늘의 일부가 폐기됐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늘의 다양한 소비 용도와 출하시기에 맞는 품종 식재와 고흥 마늘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재래종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고흥의 재래종 마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흥 재래종 마늘에 대해서는 2004년경에 당시 고흥 출신의 순천대 양승렬 교수와 공동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흥 재래종 마늘은 인편수가 12.1개로 많았으며, 구의 무게는 59.1g으로 스페인종 120.3g, 대만종 78.1g에 비해 가벼워 생산량은 적었다. 하지만 맛은 스페인종과 대만종이 매운데 비해 아린 맛이 적고 순하며, 단맛이 강했다. 특히 항산화 활성 측면에서 고흥 재래종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흥 재래종 마늘은 내부 품질 측면에서 우수한 특성을 지녔고,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오면서 식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것은 일본 고치현 도사시(土佐市)의 재래종 마늘 농가가 박호인과 연계해서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고흥 재래종 마늘의 특성을 이용한 개성적인 식품 제조가 가능하고, 고흥에서 생산된 마늘의 이미지도 크게 향상시킬 수가 있다.

 

현재, 수익성 때문에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성이 좋은 마늘 품종을 획일적으로 대량 식재하고 생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다른 한 편에서는 고흥 재래종 마늘이 필요한 식품과 소비자들이 있다. 그 소비처를 지속적으로 찾아 시장을 만들고, 소비 확대를 통해 재래종 마늘의 보존 및 시장의 안정화, 전통적인 마늘 산지의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더 큰 쓰임을 위해 후세대들에게 전해야 하는 사명감도 있다. 그런데도 고흥 재래종 마늘의 보존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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