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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망친 꽃 문화, 법에 기대하고 있는 화훼 소비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8-14 0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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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1994년 3월 25일에 결혼한 가수 조용필 씨는 결혼식이 끝난 후 경찰서에 출두해야만 했다. 결혼식에 축하화환이 과다하게 진열되었는데도 관할구청이 이를 단속하지 않았다며 한 시민이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경사스러운 자리에, 또는 슬픔의 자리에 꽃을 많이 사용할 경우 규제 해 온 흑역사가 있다. 1969년 3월 5일 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가정의례준칙’에는 결혼식 등에 화환 일절 폐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1973년에는 ‘새 가정의례준칙’이 발효(처벌 조항신설)되어 화분, 화환 장식과 진열 또는 사용은 처벌 받는 금지행위에 포함이 되었다.

 

1980년 12월 31일 개정 공포되어 1981년부터 시행된 벌률 제 3319호인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에 의해 영전 앞에는 10개 이내 예식장에는 2개의 화환만을 진열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1980년에는 단순 벌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검찰까지 나서서 화환 사용을 강력하게 단속하였다.

 

이 후 단속이 다소 느슨하다가 1986년, 1990년, 1991년, 1992년, 1993년에는 총체적 난국극복이라는 명분으로 화환규제와 단속이 다시 행해졌다. 그리고 이를 위반한 업소는 명단공개를 하였고, 공무원들은 사정 대상이 되었으며 기업인들은 세무조사라는 명분 아래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였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의 경우 애경사 때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화환을 보내온 사람들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였다.

 

1994년 7월 7일에는 대통령령에 의해 혼례식장, 회갑연장의 화환 수를 기존의 2개에서 5개로 허용하였지만 1997년에는 예식장과 장례식장 등에서 화환 5개, 조화 10개 이상을 진열하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집중 단속하였다. 화환단속의 명분이 되었던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은 1999년에 폐지가 되었다.

 

화환 사용 규제 관련법이 없어진 후 20년이 지났다. 법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꽃의 사용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30여 년 동안 꽃 사용을 법으로 단속하면서, 꽃은 사치라는 인식과 물질로 취급하는 문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5년에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꽃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만 여기게 하고, 대상자에 따라서는 범죄자가 되게끔 만들어 났다.

 

법을 내세워 인간의 본성적인 정서에 의존해 기쁨, 슬픔, 사랑, 존경, 숭배, 아름다움 등의 장면에 꽃을 사용해 온 꽃소비 문화를 망쳐 버린 것이다. 그런 법이 미울 법도 한데, 농가들은 지푸라기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화훼산업진흥법)’ 제정을 바랬었다. 그 법이 제정되어 8월 2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화훼 산업 육성 및 화훼 문화 진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화훼산업진흥법에는 제3장 화훼산업의 육성에 통계작성 및 실태조사, 제4장 화훼문화의 진흥 제14조, 제15조, 제16조의 재사용 화환 표시제, 고지, 조사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어 화훼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 특히 그동안 문제시 되어 왔던 화환 재사용에 대해 엄격하게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화환 재사용은 크게 줄어들고, 꽃소비는 증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환의 상당수가 원가조차도 안 되는 가격이다. 원가도 안 되는 화환이 유통되었던 것은 꽃을 재사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꽃의 재사용이 금지되면 절화 소비증가 예상 시나리오와는 달리 값싼 조화(造花)의 사용 증가와 환경오염, 화환에 사용되는 꽃의 감소, 화환 가격의 상승 등 변화가 생길 것이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화훼 소비문화가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법에 기대는 것 보다는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관련 연구 촉진, 연구 성과와 건전한 꽃문화 보급으로 소비자들이 화훼의 참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좋은 꽃 나쁜 꽃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서 소비자들 스스로가 나쁜 꽃문화를 퇴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이 앞장서서 꽃은 사치라고 오염시켜 놓은 인식도 개선하는 등 내발적으로 건전한 꽃 소비문화를 만들고, 그 소비문화에 의존한 화훼 소비 증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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