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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환과 인도네시아 화환 문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8-29 20: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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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우리나라 화훼업계에서는 유독 화환(花環)이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화환은 생화나 조화를 모아 고리같이 둥글게 만든 물건이다.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영원, 부활, 승리 등의 상징물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에는 1800년대 말에 도입되어 사용되었다. 도입 당시는 고리 모양이었으나 이후 원래 형태 및 변형된 형태의 것이 사용되고 있다. 변형된 화환은 세워놓는 틀에 꽃을 꽂아 한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변형된 화환은 경조사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경조화환이라고 불린다.

 

경조화환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1969년 3월 5일 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가정의례준칙’에 의거 결혼식 등에 화환 일절 폐지가 포함되면서 부터이다. 살기도 팍팍한데 무슨 꽃이냐며, 꽃은 사치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1973년에는 ‘새 가정의례준칙’이 발효(처벌 조항신설)되어 화환 사용은 처벌받는 금지행위에 포함되어 20년 이상 규제와 단속 대상이 되었다.

 

경조화환은 규제와 단속 대상이 된 것뿐만 아니라 화훼업계 내부에서도 멸시를 당해 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에 힘입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플라워디자인도 활성화가 되었다. 이 때 서구식 플라워디자인의 도입, 교습, 전시회 등이 활발하게 이루지면서 경조화화의 형태가 논란이 되었다. 서양에서는 둥근모양의 화환이 사용되는데, 한국에서는 원래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촌스럽다는 것이었다.

 

화환규제와 단속, 경조화환은 형태가 유치하며 잠깐 사용하고 말기 때문에 사치라는 지적 속에 개량화환이라는 것이 나왔다. 개량화환은 지금의 신화환과 비슷한 모양으로 일본이나 대만의 화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지원 속에 특정 화훼단체는 기존의 경조화환 대신 개량화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높였다. 그 세월이 30년 가까이 되어도 개량화환이라는 것은 정착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다시 도돌이표 식으로 신화환만이 답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8월 21일부터 시행된 ‘화훼산업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재사용 화환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화환을 받지 않겠다’는 예식장·장례식장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화훼생산자에 대한 배려, 소비자 우선적인 꽃문화 추구보다는 각 주체의 수익구조와 이해충돌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경조사에 화환(꽃장식물)을 증정하는 문화는 세계 곳곳에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경조화환처럼 고유의 화환문화를 갖고 있다. 그 화환은 스티로폼바탕에 글자를 새긴 스티로폼을 붙이고, 꽃을 장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환 리본에 보내는 사람의 직위와 이름을 써서 돋보이게 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스티로폼으로 글자를 크게 새겨 붙여서 보내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환의 가격은 4만원에서 10만원정도 한다. 2018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이 3,500달러(세계 117위)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좀 더 비싼 것은 인도네시아 노동자 1개월 급료와 맞먹는데도 행사장에는 많은 화환이 진열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화환 가격과 노동자의 월급을 알고 나서 행사장에 진열되어 있는 많은 화환을 보면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정부나 주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거나 단속하지는 않는다. 화환은 돈 있는 사람들이 구매하고, 그 구매에 의해 화훼 생산자, 화환 제작자 등이 생존하는 등 직업 생태계가 구성되어 질서를 유지하며 작동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주정부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인도네시아의 화환 문화는 최근 변하고 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화환 대신 일본식 화환(우리나 신화환 및 개량식 화환과 비슷함)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전통적인 화환과 철제 틀에 꽃이 장식된 일본식 화환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어떤 행사장에는 인도네시아 전통 화환은 부피가 커서 실내에 놓이지를 못하고, 일본식 화환만이 실내를 차지한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 화환 사용문화가 궁금해서 현지 꽃집에게 물어보니 대답은 간단했다.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인도네시아에 외국계 기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회사나 외국인들은 인도네시아 전통적인 화환 보다는 일본식 화환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화환 사용문화는 범과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 주도 세력은 외국인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조화환 또한 건전한 방향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소비자들이 건전한 꽃문화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화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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