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최근 ‘지역 지원형 농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 지원형 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은 1980년대 미국 동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지역 시장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진 시민농업이며, 농가와 소비자가 ‘선불 계약 재배’에 의해 연대하고, 서로가 지지하는 구조이다. CSA는 농장 운영 및 농업 경영에 관한 위험을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공유하는 것이다.

 

농산물을 생산도 하기 전에 값을 미리서 결제하는 것, 지역 사회 및 지역 농산물에 대한 강조가 CSA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비자는 생산자와 직접 계약을 하고, 납품받을 물건 값을 미리서 지불한다. 생산자는 물건 값을 미리서 받기 때문에 이상 기후에 의해 수확량이 감소해도 안정적인 농업 경영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 같지만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안전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한다. 농작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생산자는 본인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농약의 최소화 사용 등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여 공급하게 됨으로 소비자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정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 농무부(USDA)에 의하면 CSA의 운영형태는 ① 농업 생산자가 소비자들에게 CSA 회원이 되어 달라고 하는 유형(농업운영에 관한 의사 결정은 생산자가 한다). ② 생산자들이 모여 CSA를 만들어 CSA 회원을 모집하는 유형. ③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CSA를 운영하는 유형이 있다. 미국은 현재 1만 농가 이상이 CSA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잇다.

 

유럽에서도 미국 및 캐나다의 CSA와 유사한 것이 있다. 스위스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 출자에 의한 협동조합조직의 농장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지와 소비자 근접계약 농업(ACP, Agriculture Contractuelle de Proximité)’이라 불리는 것이다. 독일에는 ‘생산자 소비자 공동체(EVG, Erzeuger-Verbraucher-Gemeinschaft)’가 있다. 이 외에 프랑스의 AMAPS(Association pour le maintien de l' agriculture paysanne), 이탈리아의 GAS(Gruppi di Acquisto Solidale) 등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 CSA가 활성화 된 이면에서는 미국 CSA, 스위스 ACP, 프랑스 AMAP 모두 이들 조직을 지원하는 조직의 영향이 크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CSA 지원 조직에는 비영리 단체인 Just Food가 있다. Just Food는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계약을 추진하기 위한 중개 역할 및 CSA 인증 기능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이 생산자와 위험을 공유하지 않아도 안전하고 신선한 채소를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농산물이 수확하기도 전에 값을 지불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CSA가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CSA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CSA처럼 소비자가 생활협동조합원이 되어 생산을 지원하는 모델이 있다. 또 최근 로컬푸드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때문에 CSA는 필요 없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자가 판로와 가격이 결정되고 수금을 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작물 재배를 할 수 있다는 점. 선결제를 받았기 때문에 더욱더 소비자 중심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점,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신뢰 구축으로 좀 더 투명한 농업이 되고, 지역공동체가 형성된다는 점, 다양한 인력(소비자 포함)이 농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는 점은 농업의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농업의 한 형태라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