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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식물 위도상사화로 만드는 못무리대 나물과 전남의 꽃무릇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05 1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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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위도는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다.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로 50여분 거리에 위치한 위도는 물반 고기반이라는 칠산바다 한 가운데에 있다.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로 292명의 목숨을 잃은 뱃길을 따라 위도 파장금 선착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고슴도치 조형물이 반긴다. 주로 산림지대에 사는 고슴도치의 조형물이 섬의 관문에 설치된 것은 위도(蝟島)가 고슴도치(蝟)를 닮은 섬(島)이기 때문이다.

 

고슴도치 섬으로 불리는 위도는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의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 문제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고슴도치나 홍길동전 보다 위도상사화의 자생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8월말부터 개화가 시작되는 위도상사화는 흰색 꽃을 피우는 상사화속 식물이다. 이 꽃이 섬에 많기 때문에 부안군 위도면에서는 매년 8월말에 '고슴도치섬 위도상사화길 달빛걷기'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위도상사화는 섬 곳곳에서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위도상사화는 1996년에 식물학자가 위도에서만 자라는 상사화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바깥 세상에 위도상사화로 알려진 이 식물에 대해 위도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못무리대라고 불러왔다. 꽃대가 못처럼 곧은 것이 무리지어 올라온다고 해서 못무리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위도사람들에게 위도상사화는 특별한 존재이다. 지금은 꽃으로 유명하지만 위도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위도상사화를 채소처럼 밭가에 심어 두고, 꽃이 피기 전에 꽃대를 잘라서 나물자원으로 이용해왔다. 이것은 리코린(lycorine)과 갈라타민(galanthamine)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 상사화류를 식용하는 것으로 특이한 문화이다.

 

위도의 선조들은 아마 경험으로 위도상사화에 독성물질이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복어에서 독을 제거하듯이 위도상사화에서 독을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 방법은 위도상사화의 꽃대를 채취하여 실을 이용해서 세로로 쪼갠 다음 그것을 바닷물에 1시간 정도 담가 놓는 것이다. 상사화속 식물에 있는 독성물질은 열에는 강하지만 수용성이어서 물에 담가 놓으면 독성물질이 빠져 나가는 원리를 찾아 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못무리대나물이라는 유산으로 남겨 놓았다.

 

독특하고 맛있는 맛 때문에 독을 제거해가면서까지 먹는 복어요리처럼 못무리대나물은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먹을 가치가 있을 만큼 특이하고 맛있다. 하지만 생산량이 워낙 적어서 설에만 먹었던 귀한 음식이다. 지금 이시기에도 위도사람들은 돌아오는 추석과 설에 먹기 위해 못무리대나물을 준비하고 있다.

 

위도에서 나물로 이용되는 위도상사화는 전남 영광과 함평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꽃무릇(석산)과 같은 상사화속 식물이다. 영광군과 함평군에서는 꽃무릇을 축제자원 외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해 오고 있지만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정된 상사화와 꽃무릇 축제마저 취소되었다. 꽃무릇 축제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만 축제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꽃무릇의 새로운 용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에너지와 기회를 그냥 흘러 보내버리지 말고 위도의 못무리대나물과 같은 사례와 문화를 찾고, 그것들을 참조삼아 영광군 및 함평군에 맞는 꽃무릇의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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