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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나주제비쑥떡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08 08: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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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제비쑥떡이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과거 나주에서 최고로 맛있고 귀한 떡으로 대접을 받았던 제비쑥떡은 한동안 그 자취를 감췄다. 산에 숲이 차고, 들에 농약 사용이 증가하면서 제비쑥떡에 사용되는 떡쑥(제비쑥의 표준명)의 채취가 어렵게 되어서이다.

 

잊혀졌던 나주제비쑥떡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말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나주제비쑥떡’이 등재되면서 부터이다. 나주제비쑥떡을 맛의 방주에 등재하게 된 배경은 2000년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남 지역 5일장에서 판매되는 나물류를 조사하던 중 나주에서 한 어르신이 판매하고 있는 떡쑥을 보았다.

 

떡쑥은 나물로 이용되지 않는 식물이어서 그 식물을 판매하고 있는 어르신에게 용도를 여쭸다. 그 어르신은 제비쑥이라는 것인데, 떡을 만들 때 넣으면 떡이 찰지고 매우 맛있게 된다고 하셨다. 이후 그 떡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만 가진 채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가 2014년에 전통음식의 보호 차원에서 맛의 방주에 등재 신청을 하였고, 그 이듬해에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가 되었다.

 

나주제비쑥떡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많은 분들이 나주 전통 떡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 분들 중의 한사람인 농사법인 나주떡보 황종환 대표는 제비쑥떡을 만들오 보겠다고 나섰다. 황 대표는 나주제비쑥떡의 제조 시 물과 감미료 대신 나주배 추출물을 첨가하여 과거의 떡보다 발전시킨 나주 특산 떡으로 만들었다. 떡에 사용되는 떡쑥의 재배 작형과 기술도 개발하였으며, 현재.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나주제비쑥떡이 이 과정을 통해 수십년만에 생산되자 소문을 탔다.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제비쑥떡에 대한 추억을 가진 고령자분들이 우선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소문과 보도를 접한 젊은 분들도 제비쑥떡을 찾았다. 자칫 없어질 뻔한 나주제비쑥떡은 잠에서 깨어났고, 다시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제비쑥떡에 사용되는 떡쑥은 떡에 이용된 역사가 1000년이 넘는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떡에 이용하고 있다. 특히 청명절에는 꼭 이 식물로 떡을 해먹어야 할 만큼 필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000년 전에 떡의 재료로 이용되었고, 지금도 봄의 7가지로 풀로 이용되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떡과 약으로 이용되는 친근한 식물이다. 타이완 신베이시 문화국(新北市文化局)과 쉰켕구(深坑區)에서는 매년 ‘떡쑥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약 1주일 정도 진행되는 이 문화제에서는 떡쑥의 생태 강의, 떡쑥을 이용한 빵, 떡, 국수, 파스타 및 피자 만들기 체험, 떡쑥을 이용한 요리교실, 떡쑥 식물 감상과 떡쑥차 마시기, 떡쑥요리 경연대회를 한다.

 

해외에서도 떡쑥의 이용문화가 있고, 행사를 한다는 것은 지역의 문화가 국제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타이완의 ‘떡쑥문화제’에서는 떡쑥을 떡에만 이용하지 않고, 국수, 빵, 피자 등 다양한 용도를 개발하고, 이를 체험과 제품 생산에 활용한 사례를 보여 주었다. 이는 나주제비쑥떡과 그 재료로 활용되는 떡쑥의 산업화 가능성이 매우 큼을 시하는 것이다.

 

전남에는 나주제비쑥떡처럼 과거에 맛있는 먹을거리로 이용되다가 사라진 것들이 많다. 나주제비쑥떡은 발굴이 되어 이용되고 있지만 사라졌다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러한 것들을 찾고, 발전시키는데, 나주제비쑥떡의 발굴과 개발 과정이 사례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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