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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베트남의 모시떡 문화와 영광의 모시떡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12 09: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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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추석을 앞두고 모시떡 만들기가 한창이다. 모시떡은 모시풀의 잎을 쌀과 섞어 가루로 만들어 찐 다음 쳐서 만든 떡이다. 모시떡에 사용되는 모시풀(Boehmeria nivea)은 쐐기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모시, 저마(苧麻)로도 불린다.

 

모시풀의 원산지는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 대부분의 지역이다. 모시풀이 자생하는 지역에서는 대부분 중요한 섬유작물로 이용되어 왔다. 중국에서는 신석기 시대에 양쯔강(长江) 중하류 지역에서 섬유작물로 재배되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첸샨양(钱山漾)의 신석기 시대 유적지(4700년 전)에서 발굴된 유물에서는 대마 밧줄과 모시천이 있었다. 그만큼 모시풀은 오랜 세월 동안 인류와 함께 해 온 식물이다.

 

모시풀은 오래된 이용 역사만큼 이용문화 또한 다양하다. 중국에서는 모시풀을 섬유로 이용하는 것 외에 양잠용(누에 먹이), 제지용(종이 제작재료) 약용으로 사용했다. 일본에서도 섬유용 외에 양잠용으로 사용한 역사가 있다.

 

모시풀을 식용으로 하는 문화도 있는데, 중국에서는 모시풀의 뿌리를 잉어죽 등의 음식에 이용해 왔다. 일본에서는 모시풀의 부드러운 순과 잎을 산채로 이용했으며, 대만에서는 순과 잎을 물에 데쳐서 나물용으로 사용하거나 기름에 튀겨서 먹는 문화가 있다.

 

대만과 베트남에는 모시풀을 떡에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 대만 원주민(고산족)들은 모시풀의 어린잎을 쪄서 으깬 다음 찹쌀가루와 반죽해서 떡으로 만들어 먹는다. 이들 원주민들은 중국에서 유입된 사람들과는 달리 대만에서 원래 살았던 사람들로 고유의 식문화를 갖고 있다.

 

베트남에서 모시떡은 북부 델타 지역에서 유래된 것으로 반가이(bánh gai) 및 반잇라가이(bánh ít lá gai)로 불린다. 모시떡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나라 모시떡과 비슷하다. 제조법은 모시풀 잎을 수확 후 생강을 넣은 물에서 데친 후 이것을 찹쌀가루와 섞어서 빻은 후 떡의 피로 만든다. 떡소에는 설탕과 녹두가루를 섞어서 만든 것을 사용한다. 떡 모양을 만든 후 바나나 잎으로 감싼 후 쪄서 떡을 완성한다.

 

떡소에 녹두를 사용하는 점과 바나나 잎으로 감싼 다음 쪄서 만든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모시떡과 제조 과정이 비슷하다. 바나나 잎으로 감싸서 이용하는 점은 차이가 크지만 나뭇잎으로 떡을 쪄서 먹는 문화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일본에서도 떡갈나무 잎으로 떡을 감싼 후 쪄서 먹는 문화가 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모시떡과 대만 원주민들의 모시떡, 베트남의 모시떡은 지역특성과 특산물에 맞게 변형은 조금 되었을지라도 제조 과정, 이용방법 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내에서 지역 간의 모시떡의 재료와 제조 방법에는 차이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 모시떡의 최대 주산지인 영광군의 모시떡 또한 전통성, 재료 및 제조법 측면에서는 다른 지역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다른 지역과 차이라면 국산 재료의 사용, 맛의 개선, 위생적인 제조시설, 브랜드화와 유통 시스템의 개선과 효율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그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모시떡 한 품목의 매출이 수백억원에 이를 만큼 성장시킨 영광군의 성과는 놀랍고 대단한 것이다. 특히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서양 음식에 맛 들여진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그 성과를 지속하려면 현재의 영광 모시떡을 중심에 위치시켜서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하고 떡의 제형, 맛의 다양화는 물론 모시풀을 활용한 면제품 등의 개발과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현재 베트남의 모시떡은 소비자의 변하는 입맛에 맞추기 위해 변하고 있다. 모시떡에 사용되는 떡소는 땅콩, 참깨, 코코넛, 연자(연씨앗) 등 다양해지고 있으며, 바나나 잎을 사용하지 않은 모시떡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한 회사에서는 모시풀 잎에 시금치 대비 β카로틴이 4배, 칼슘이 57배, 비타민 B1이 5배가량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모싶잎국수를 만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은 영광군 모시떡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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