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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과 함평군의 꽃무릇, 고부가 가치 용도 개발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19 1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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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꽃무릇이 꽃대를 드러내고 있다. 빠른 것들은 이미 빨간 꽃을 피워 가을을 알리고 있다. 꽃이 무리지어 피는 데서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식물은 석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린다. 꽃무릇은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사귀가 자랄 때 꽃이 없어서 상사화라는 이름으로 잘못 불리기도 한다. 상사화(相思花)'화엽불상견 상사화(花葉不相見 相思花)'에서 나온 말로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끝없이 생각 한다'는 의미인데, 상사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별도로 있다.

 

꽃무릇이 상사화로 자주 오해 받는 배경에는 이 꽃이 다른 상사화속의 식물보다 개체수가 많고, 강렬한 빨강색 꽃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상사화속 식물 중에서 유독 꽃무릇의 존재감이 큰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에서 꽃무릇은 석산으로 불린다. 석산(石蒜)은 돌()자와 마늘()자가 조합된 이름으로 돌마늘이란 뜻이다. 식물 이름에서 돌석()자가 사용되는 것들은 돌나물처럼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특성에서 기인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야생, 품질이 낮은, 가짜의 등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석산은 야생이나 가짜, 혹은 품질이 낮은 마늘이라는 뜻이다.    



석산을 마늘에 비유한 것은 마늘처럼 인경(비늘줄기)이며, 겨울철에 푸른 잎사귀가 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 과거 먹을거리가 크게 부족하던 시절에 석산의 인경을 물에 담가서 독성물질을 제거한 다음 구근에 함유된 전분을 구황식량으로 이용했다. 이 때 석산의 구근은 마늘처럼 식용했지만 마늘이 아니다라는 의미 혹은 품질이 낮다는 뜻에서 석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일본에서 꽃무릇의 이름은 피안화(ヒガンバナ, 彼岸花)이다. 피안(彼岸)은 불교에서 도피안(到彼岸)의 준말로서 모든 번뇌에 얽매인 고통의 세계인 생사고해를 건너서 이상경(理想境)인 열반(涅槃)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 또는 그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일본 불교에서는 피안행사가 있다. 일본에서 불교행사의 피안은 봄과 가을에 있는데, 가을의 피안 행사 때 꽃무릇 꽃이 피기 때문에 피안화가 되었다고 한다. 피안화 외에 1000개가 넘는 이름이 있는데, 장례식꽃(葬式花), 묘지꽃(墓花), 죽은사람꽃(死人花), 지옥꽃(地獄花), 화재꽃(火事花), 뱀꽃(蛇花) 등 불길한 이름이 많다.

 

일본에서 꽃무릇에 부정적인 이름이 많은 것은 이 식물에 독성물질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한 주장이 사실인 듯 불길한 이름에 개의치 않고 가을에는 전국 곳곳에서 꽃무릇축제를 개최하며, 공원 등에 적극적으로 식재해 두고 즐긴다.

 

꽃무릇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이름이 다르듯 이들 꽃에 대한 접근 시각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꽃과 잎이 서로 다른 시기에 나오는 특성을 사랑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상사화(相思花)란 이름이 있고, 많은 시인과 소설가가 꽃무릇과 상사화를 사랑에 빗대어 글을 쓰고, 책의 제목으로 삼는 데에 잘 나타나 있다. 꽃무릇 종류의 이름도 상사화 외에 제주상사화, 위도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등 상사화란 이름이 붙은 식물이 다수이다.

 

중국에서는 꽃무릇 종류에 상사화라는 이름이 사용되지 않는다. 대부분 석산을 기본으로 해서 꽃의 모양, 꽃의 색깔, 자생지 등을 접두어로 사용된 이름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에는 향석산(香石蒜). 홍람석산(红蓝石蒜), 강소석산(江苏石蒜), 장미석산(玫瑰石蒜), 볏집석산(稻草石蒜), 산시석산(陕西石蒜), 광서석산(广西石蒜)이 있다.

 

일본에서는 꽃무릇이 피안화(ヒガンバナ)로 불리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상사화로 부르는 것은 여름수선(ナツズイセン), 개상사화로 부르는 것은 독수선(ショウキズイセン)으로 수선이란 이름이 사용된 것이 많다.

 

꽃무릇 종류에 부여된 이름의 준거(準據)를 되새겨 보면 한국은 서로를 생각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애닮은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것은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에 함축되어 있다. 중국은 꽃무릇 종류에 대해 꽃 보다는 식품과 약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것은 돌마늘이라는 뜻을 갖는 석산(石蒜)이라는 이름에 나타나 있다. 일본은 꽃무릇 종류를 기존의 수선(水仙)에 빗대어 이름을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20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의 제목은 상사화, 천년 사랑을 품다로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에서는 올해도 각종 잡지에 꽃무릇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하고 있는 등 볼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꽃무릇에 대한 이러한 협소한 시각은 이용에 장애요인이 된다. 영광군과 함평군에 대규모의 꽃무릇 군락지가 있음에도 축제자원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예년 같으면 영광과 함평의 꽃무릇 축제가 한창인 시기인데,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어 그나마 있던 용도가 없어 졌다. 이것을 계기로 꽃무릇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고부가 가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적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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