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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보물 수세미외, 전남에선 눈 뜬 장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30 08: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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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길고 통통하게 자란 수세미외를 흔히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수세미외는 박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로 길이 30-60㎝의 열매를 맺는다. 성숙한 수세미외의 열매는 우리 몸속의 폐를 연상케 하는 촘촘한 그물모양의 섬유질로 되어 있다. 이 섬유질을 수세미로 사용한데서 수세미외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수세미 제품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수세미외는 수세미로서의 용도가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수세미로서의 용도를 잃었지만 폐 모양의 섬유로 된 수세미외는 여전히 천식, 호흡기 질환 등 폐 건강용 단방약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지금도 시골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세미외는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덩굴 유인 재배 방법, 식용, 약용, 세척 용도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음식의 재료, 조리법, 효능 및 금기 등에 서술해 놓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에 사과(絲瓜)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세미외는 이처럼 그 이용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으나 식용문화 보다는 수세미와 약용문화 위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수세미외가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좋기 때문에 약용에 초점을 맞춰서 이용되었고, 부산물은 수세미로 이용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세미외는 대체적으로 요리재료에서 소외되어 있지만 타이완 등지에서는 음식의 보물로 취급되고 있다. 이이 대해 기호성의 차이로 치부할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필자가 수세미외 음식을 알게 된 것은 타이완에서 수세미외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이 맛있어서 재료를 알아보는 과정에서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10여 년 전에 타이완 방문 시 사두었던 타이완 안내 책자에서 보았던 타이난의 커피박물관이 계기가 되었다.

 

타이난의 커피박물관 방문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차에 5년 전쯤 강의 초청을 받아 타이완을 방문하게 되었다. 일정 중에 하루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커피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현지의 지인에게 부탁을 했다. 지인의 차를 타고 2시간이 넘는 곳에 있는 커피박물관을 방문했다.

 

사립 커피박물관에 도착해 보니 박물관은 식당으로 변해 있었다. 실망도 실망이지만 운전을 해준 지인에게 볼 낮이 없어서 그곳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는 그곳이 바닷가여서 바지락 요리와 국수 등을 주문했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맛이 좋은 비결을 알아봤더니 음식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재료가 수세미외였고, 그것은 커피박물관을 볼 수 없었던 실망감을 대체하고도 남은 수확이었다. 이후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수세미외 요리를 몇 번 더 먹었는데 그 맛은 담백하고 시원한 것이 한국인의 입맛과 맞았다.

 

타이완에서 수세미외 유과(幼果)는 바지락국, 국수, 조림, 해물죽, 새우볶음, 버섯요리, 생굴요리 등에 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물 같은 존재이다. 특히 전남 해안가에서 생산되는 바지락, 백합 등 조개류가 사용되는 국물 요리에는 수세미외가 사용됨으로써 시원한 맛이 배가된다.

 

수세미외는 맛도 맛이지만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B, C를 함유하고 있으며 섬유질이 풍부하다. 비만을 예방하고 심장과 신장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재료이면서 요리하기도 쉽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바지락 칼국수, 국수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해서 맛과 기능성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눈 뜬 장님 마냥 수세미외를 놀러두고 있다.

 

음식을 맛있게 하고 몸에도 좋은 재료인데도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음식업을 하시는 분들은 맛있는 요리를 팔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다. 농민들은 소득 작물의 생산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요리의 보물 수세미외의 가치를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의해 소비자는 물론 요식업계, 농가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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