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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완도 유자와 유자를 먹인 생선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1-14 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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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의 유자 재배 면적은 2019년 기준 808ha로 전국 대비 87%이다. 이중 고흥군이 544ha, 완도군이 197ha를 차지하고 있다. 고흥군과 완도군은 유자 재배가 많은 것과 함께 어류 양식장이 많은 공통점이 있다.

 

두 지역 간에는 공통점이 많으나 유자와 어류 간의 상관성은 찾기가 쉽지 않다. 유자와 어류는 농산물과 수산물로 주무기관이 다르다. 공통점이라곤 먹거리라는 점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유자와 어류가 상생하는 사례가 잦아들고 있다.

 

일본에서 유자와 어류가 함께 언급되는 지역은 고흥과 완도처럼 유자 산지와 어류 양식장이 많은 가고시마현(鹿兒島県)과 고치현(高知県)이다. 이곳에서는 유자 과즙이나 껍질을 어류 사료에 섞어서 양식하는 것에 의해 유자 가공 부산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유자향이 나는 고급 생선을 생산하고 있다.

 

유자향이 나는 생선은 고치대학(高知大学) 농학부 후카다 하루히사(深田陽久, 어류영양생리학) 교수가 유자의 항산화 작용을 활용해 생선의 갈변 방지를 조사하던 중 2005년경에 방어 생선에서 비린내가 크게 줄어들었고, 유자 향기가 나는 것을 찾아 낸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후카다 교수는 가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어류 사료에 유자성분을 10%가량 첨가해 방어에게 20∼30차례 급여했다. 그 결과 방어 생선에서 유자 향기가 감지되는 것을 확인하고, 방어 양식에 활용했다. 유자를 먹인 방어는 생선살의 갈변 방지효과가 있었으며, 신선도 유지 외에 유자 껍질에 있는 리모넨(Limonene)이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완화시켰고, 생선에서 유자 향이 나는 특성이 있었다(Sohn, 외. 2005. J Food Sci. 70:490).

 

이후 유자 첨가 어류 사료에 관한 연구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다. 유자를 사료에 10% 이하 첨가하면 방어가 유자 과즙을 첨가한 사료를 기피하지 않았고, 사료 섭취량과 방어의 성장도 저하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유자를 사료에 5% 이상 첨가해 14회 이상 급여하면 생선살의 갈변과 지질 산화 억제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深田陽久 외. 2014. 日本水産学会誌 80:769).

 

가고시마에서 유자 사료를 먹인 방어의 생산은 주로 겨울철에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방어의 지방 축적 및 생산성과 관련이 있다. 유자 향기는 방어의 지방에 축적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방은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축적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계절에도 유자 향기는 축적되지만 상대적으로 사료에 유자 첨가량이 많아야 하고, 효과가 낮아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수온과의 관련성이다. 수온이 낮으면 방어가 섭취한 사료의 소화가 느리고, 사료의 소비도 현저히 감소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자의 소비도 적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일본에서 유자 사료를 급여해서 양식한 방어는 큰 화제를 모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선의 신선도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맛이 좋으며, 비린내가 적고, 유자향이 나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유자를 먹인 어류가 인기를 얻자 에이메현(愛媛県)에서는 감귤 주스를 가공할 때 발생하는 껍질 찌꺼기를 분말화 한 다음 어류 사료에 섞어서 방어, 참돔 및 능성어 양식에 이용하고 있다. 도쿠시마현(徳島県)에서는 초귤(酢橘, 영귤, 스다치) 껍질 사료를 방어 양식에 이용하고 있다. 오이타현(大分県)에서는 유자류의 일종인 카보스(かぼす)를 넙치와 방어 양식에 사용하고 있다. 와카야마현(和歌山県)과 히로시마(広島県)에서는 각각 지역 특산인 레몬을 어류 사료에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 올리브 잎, 녹차 등을 어류 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야마나시현(山梨県)과 이와테현(岩手県)에서는 포도씨를 무지개송어, 잿방어 등의 양식에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일어(フルーツ魚)라는 용어가 만들어져 일본 위키백과에도 소개되어 있으며(https://ja.wikipedia.org/wikiフルーツ魚) 지역의 특산 브랜드 생선의 생산을 넘어 수출상품으로까지 성장했다.

 

일본에서 감귤류 및 유자를 어류 사료로 만들어 먹인 생선이 성공한 배경에는 일본 남부 지방의 경우 자생 감귤류 종류가 많고, 유자의 가공 시 껍질이 많이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와 다른 여건과 과일을 먹인 생선의 고가 판매가 가능한 소비시장 및 유통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에서도 넙치, 뱀장어의 양식에서 유자 사료의 급여에 따른 생선의 품질에 관한 연구가 되어 있고, 넙치 양식에 유자사료를 사용한 사례가 있다. 관련 내용이 언론에도 소개되어 어류 사료 측면에서 유자의 이용이 낮선 것은 아닌데도 유자즙 가공 시 발생되는 부산물인 유자박 등이 어류 양식에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성 등 다양한 장애물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못 넘을 정도의 장애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장애물을 제거해 고흥과 완도 특산 유자의 활용도 향상 및 지역 수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식도락가들에게 맛있고, 유자향이 펄펄 나는 회를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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