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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비파와 일본 나가사키의 비파 계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1-16 08: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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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비파는 중국 서남부 원산의 장미과 식물이다. 과일이 맛있고, 약용효과가 좋아 2000년 이상의 재배 역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용 과수로 잘 알려져 있으며, 재배적은 2019년 기준 전국적으로 101ha 정도 된다. 이중 72% 정도(72ha)가 완도에서 재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나가사키현(長崎県)이 전국 재배면적의 43%를 차지한다. 완도에서 생산된 비파는 생과 외에 씨를 제거한 과육이 와인, 식초, 주스, 잼에 이용되며, 잎은 차로 이용된다. 나가사키현에서 생산된 비파 과일은 생식과 통조림용에 많이 이용되며, 나머지는 과자, 젤리, 잼 용도로 가공된다. 잎은 산란계 사료로 이용된다.

 

나가사키현에서 비파나무 잎을 산란계 사료로 사용하는 이유는 잎의 활용성 향상과 계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비파 잎에는 우리 몸에 유용한 생리활성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을 계란에 이행시켜서 쉽게 식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비파나무 한그루가 있으면 집안에 병자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비파나무는 기원전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어 온 식물이다. 기원전 인도 불교의 대반열반경(大般涅槃経) 경전에는 비파나무 잎에 대해 모든 근심을 없애준다는 의미에서 '무우선(無憂扇)'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 1596)과 우리나라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1610)에도 비파나무 잎의 효용이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비파 잎에는 코로소린산과 우르솔릭산, 에피카네킨, 아미그달린(비타민 B17) 등이 함유되어 있어 혈당 조절, 진정, 살균, 충치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의 양계농협에서는 비파나무 잎의 이러한 약용효과에 착안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특산 브랜드 계란인 ‘비파 계란’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비파 잎이 함유된 사료는 나가사키현 양계농협 차원에서 지정 위탁한 곳에서 생산하며, 계란의 생산은 지정 계약 농장에서 일관된 관리체계, 정기적인 살모넬라 검사, 생산된 계란의 저온살균 세척 및 오존 살균에 의한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사료에는 비파 잎 외에 매리골드 꽃을 혼합해서 난황의 황색이 짙고, 루테인 함량이 높은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파 씨앗 등에 함유된 아미그달린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 따라 원천적으로 비파씨앗 등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미그달린은 일부 논란이 되고 있으나 시안화칼륨(청산가리), 시안화나트륨 등 일반적으로 시안이라는 수용성 무기 화합물과는 달리 그 자체가 단독으로 독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아미그달린을 분해해 청산을 유리시키기 위해서는 β-글루코시다제라는 효소의 작용이 필요한데, 이것은 사람의 장내에 풍부하게 존재하지 않고, 유리가 되어도 중독성은 매우 낮으며, 축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파나무 잎이 함유된 사료를 급여한 산란계의 계란은 비싸게 판매되는 데도 인기가 있다. 계란은 활용도가 넓고, 비파나무 잎에 함유된 유용 성분을 계란의 식용에 의해 쉽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비파나무 잎을 끓인 물에 계란을 넣고 삶아서 이용한다. 일본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지만 건강 효능이 있는 비파나무 잎의 성분을 계란에 이행시켜서 식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완도에서는 비파 계란 소비자들을 위해 농가에서 소규모라도 생산 할 법도 한데 생산 농가가 없다. 비파 계란을 생산해서 홍보하면 택배로 배송 판매가 가능한 시대이다. 비파계란이라는 특이 상품으로 차별화하고 인지도를 높여 다른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비파 주산지라는 이미지와 비파나무 잎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을 계란의 생산과 특산물 판매에 활용했으면 한다.

 

참고문헌

박용서, 허북구 등. 2008. 비파 부위별 에탄올 추출물의 생리활성. 원예과학기술지 26(1):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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