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담양 우리밀 소쿠리국수, 맛볼 수 있을까?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1-23 08:25:16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담양에는 국수거리가 있다. 죽녹원 앞 담양천 관방제림 입구에 있는 국수거리는 과거 죽물시장을 찾은 상인이나 죽세공들이 국숫집들을 애용하였던 곳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하나둘 없어졌던 국숫집들은 죽녹원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모여들자 다시 하나둘 생겨났다.

 

과거 담양 국수거리는 죽물시장이 만들어 냈을 정도로 죽물과 관련성이 많았다. 국수 조리 과정에서도 대나무 살로 엮은 대나무조리로 국수를 건져내고, 작은 소쿠리에서 탈수 보관하는 등 죽공예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사라졌던 국수거리는 대나무를 테마로 한 관광 활성화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국숫집들이 죽공예품의 제작과 판매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국수의 조리에 쓰였던 죽물은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가격과 편리함이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국숫집에서조차 밀려난 죽공예품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죽물을 밀어낸 국숫집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죽물이 없기에 담양만의 특별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촐촐한 배를 채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국수일 뿐이다.

 

그래도 국숫집은 그럭저럭 장사가 되고, 담양군 입장에서는 국숫집들이 관광지의 구색 역할을 하니 그나마 감사하게 여기는 모양새이다. 다른 군에서는 국수거리가 없으니 담양의 국수거리가 부러운 형편이다. 하여 그 정도면 됐지 하면서도 우리밀 및 죽공예품을 국숫집과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밀을 재배하고, 국수로 소비하면 농가 소득과 연계된다. 소비자들에게 잔류농약 안전성 등 신뢰감을 주며, 담양 농업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고, 담양 농산물을 선호하는 데까지 확장성을 가진다. 즉, 담양에서 생산된 밀로 만든 국수와 국숫집은 담양의 농산물 홍보 장이 되면서, 국숫집의 특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죽공예품은 국숫집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이용하면 활용성이 높게 된다. 국수를 삶아서 건져 놓는 소쿠리, 2인 이상의 손님이 있을 때 소쿠리에 국수를 담아서 내놓고, 손님들이 덜어서 먹게 할 수가 있다. 소형의 소쿠리를 넓은 접시에 올려놓고, 국수를 비벼먹는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만든 대나무 소쿠리를 국수 그릇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면 손님은 국수를 덜어내어 일부는 비벼먹고, 일부는 국수 국물에 말아 먹을 수 있게 된다. 죽공예품을 가미해서 미각 외에 시각적으로 국수를 즐기고, 그 과정에서 담양의 죽공예품을 인식하게 하면서 다른 가게, 다른 지역과 차별화 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귀찮고, 자칫 조잡하게 될 수도 있지만 연출을 잘하면 담양에서만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국숫집이 되어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 된다. 담양의 대나무로 예쁘게 만들 소쿠리와 우리밀을 이용해서 우리밀 소쿠리 국수 등의 메뉴 및 브랜드를 만들게 되면 화제가 되고, 이것은 홍보 자원이 되어 판매를 촉진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활발해지면 죽공예품은 새로운 용도가 만들어지고, 국숫집에서 홍보가 되어 소비자를 개척할 수 있게 된다.

 

우리밀과 담양 죽공예품을 활용한 담양 우리밀 소쿠리국수의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숫집과 죽물 공예인의 협업과 의지 그리고 추진 주체가 적극적이지 않다면 그냥 희망사항에 불과하고, 담양의 우리밀 소쿠리국수는 맛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은 담양에 달려있으므로 지역민들의 관심과 의지를 기대해 본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29126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국립공원, 천연기념물 화엄사 화엄매 만개
  •  기사 이미지 백양사 고불매 선홍빛 꽃망울 터트려, 만개 임박!
  •  기사 이미지 눈부신 구례 산수화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