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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참다래, 제스프리에서 배울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1-24 08:52:36
  • 수정 2020-11-24 08: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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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제스프리는 뉴질랜드의 참다래(키위) 회사이다. 주주는 뉴질랜드 참다래 농가로 약 2500명이다. 주주 구성원 측면에서는 참다래 협동조합이지만 하는 일은 수출과 판매를 담당하는 참다래 마케팅 회사이다. 설립은 뉴질랜드 참다래 수출을 위해 1980년대 후반에 판매 공사로 출범했다. 2000년에는 민영화가 되었으며, 세계 50여 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출액은 연간 32천억 원이고, 영업 이익은 2,100억 원 정도이다. 3년 이내에 연간 48천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2020년 기준).

 

제스프리의 마케팅 핵심은 단일 브랜드의 확대에 의한 규모의 경제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을 선두삼아 각국에서 현지 법인의 설립 후 참다래의 수입과 판매,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각국에 설립된 제스프리 자회사들의 1차적인 목적은 뉴질랜드산 참다래의 판매인데, 미션 수행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상품의 연중 공급이 어렵다는 점이다.

 

뉴질랜드에서 4월경에 생산된 참다래는 저장을 잘해도 품질 유지는 8개월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12월부터 3월 말까지는 팔 것이 없으므로 공급이 어렵다. 판매장에서는 대체 상품을 찾아서 채워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된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제스프리 참다래를 잊게 되고, 자회사에서는 상품이 없는데 홍보를 하면서 직원들의 월급을 주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4월에 생산된 것을 수입해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매장과 다시 섭외를 해야 하고, 판매장에서는 참다래를 대체했던 상품의 철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제스프리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계절이 반대인 북반구의 농가와 계약에 의해 제스프리 브랜드의 참다래를 생산해서 12월부터 3월까지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서일본의 참다래 재배농가와 계약을 해서 생산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서귀포시와 생산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제주도 농가로부터 계약 생산을 하고 있다.

 

제스프리에서 판매하는 참다래는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품종들이다. 품종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매년 1만 그루 정도의 다양한 종류를 교배하고, 10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상품성이 높은 것 1종류 정도를 육성한다. 그 결과 골드 참다래를 처음 육성했고, 2021년에는 딸기 맛이 나는 신품종 제스프리 레드를 출시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매년 200억 원 이상이다. 신품종은 신맛을 좋아하는 유럽과 단맛을 좋아하는 아시아 등 소비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것도 육성하고 있다.

 

제스프리에서 참다래를 판매할 때는 반드시 제스프리 스티커를 붙여서 판매한다. 품질이 좋은 것만을 선별하여 스티커를 붙이는 것에 의해 제스프리=고품질 참다래라는 브랜드 파워 전략이다. 이것은 제품 이미지를 높게 유지하는 원천으로 신맛의 참다래를 먹어 본 소비자들이 제스프리 참다래만을 찾게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제스프리의 참다래는 맛있는 것 외에 가격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과일로는 드물게 TV에서도 참다래 광고를 하고, 반으로 잘라 스푼으로 먹는 스타일을 만들어 내어 적극적인 홍보와 이벤트를 하는 등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뉴질랜드의 2020년 시간당 최저 임금은 18.9달러(뉴질랜드 달러)로 한화 기준 약 14,600(1124일 기준) 정도 된다. 우리나라의 8,590원보다 1.7배 정도 비싸므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이 수확한 참다래를 전용 창고에 저장하고, 트럭에 싣고 항구까지 운반하여 수출한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생산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참다래 가격은 저렴하다.

 

제스프리에서 참다래를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마케팅을 펼치고,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는 힘은 브랜드를 하나로 해서 규모화한 규모의 경제에 있다. 규모를 크게 함으로써 설비 투자가 가능하고, 농업에 첨단기술을 적용해서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생산비 절감에 의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높은 임금으로 능력 있는 직원을 선발하여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참다래 재배 농가는 농가당 재배 면적이 작아 생산물을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등 창구 단일화에 따른 손익차이 규모가 크지 않다. 그 때문에 단일 브랜드화와 규모화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고, 제스프리 모델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제스프리에서는 국내에서도 일부 국산 참다래를 생산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농가들도 많다.

 

참다래의 판로에 문제가 없고, 가격 또한 다른 과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어서 현재의 시스템에 만족해하고, 변화에 대해 귀찮아하는 농가들도 있다. 일본의 농가들도 그랬다. 제스프리를 크게 경계하지 않은 사이에 제스프리는 일본 참다래 시장의 75%를 점유(2019)한 상태이다. 20191-2월에는 뉴질랜드산 재고를 일본 시장에 싼 가격에 풀어 일본산 참다래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제스프리는 한국에서도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고품질의 품종, 단일화된 창구, 규모화된 경제, 현지화의 전략, 적극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참다래 최대 주산지인 전남의 참다래 대응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고 있어 제스프리의 마케팅 수준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제스프리의 끊임없는 혁신과 진화를 배워야 한다. 제스프리가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남반구의 기후적 한계 극복의 방법, CM송과 참다래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홍보 마케케팅 등도 배워야한다. 그것들을 배워 우리 실정에 맞는 모델을 만들고, 목표 설정과 달성을 위한 변화와 대응 및 노력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지만 참다래 소비자를 춤추게 할 수 있게 하고, 재배 농가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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