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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떡타령과 번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1-28 08: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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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장흥에는 떡타령이 전해져 오고 있다. ‘장흥 떡타령’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이렇다. “……섬중 사람은 조떡 / 해변 사람은 파래떡 / 제주 사람은 감제떡 / 산중 사람은 번추떡 / 들녘 사람은 쑥떡 / 충청도 사람은 인절미떡 / 일본 사람은 모찌떡 / 전라도 사람은 몽딩이떡 / 강원도 사람은 강냉이떡 / 경상도 사람은 송편떡 / 평안도 사람은 수시떡……”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노래에 지방별 떡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떡 이름이 등장하는 것에는 ‘화순 떡타령’도 있다. 그 내용은 “……서울 사람은 설기떡 / 전라도 사람은 찰떡 / 들녘 사람은 쑥떡 / 산중 사람은 칡가리떡 / 해변 사람은 파래떡 / 제주 사람은 감자떡 / 황해도 사람은 서숙떡 / 경상도 사람은 기정떡 / 전라도 사람은 무지떡……”이다.

 

두 노래는 떡 이름이 다소 다른 것도 있지만 유사하다. 장흥과 화순이 같은 전남이기도 하지만 ‘화순 떡타령’이 장흥에서 불리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 화순 떡타령은 mbc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제작진이 화순에서 채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화순의 김상록(1920)이라는 분이 “20대 때 장흥에 사는 친구에게 배운 것이다”라고 한다.

 

떡 이름이 나오는 두 노래 중에는 칡뿌리로 만든 떡을 가리키는 ‘칡가리떡’, 무로 만든 ‘무지떡’ 등 사투리가 사용되기는 했어도 대체적으로 떡 재료를 알 수가 있다. 다만, 장흥 떡타령에 등장하는 ‘번추떡’은 그 재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번추떡이라는 이름의 떡은 문헌에 소개되어 있지 않고, 번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식물도감에 없기 때문이다.

 

번추떡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지만 노래가 불리었던 지역에서는 단서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2016년에 수리취와 절굿대 사진을 준비한 다음 장흥과 인근 지역 노인당을 방문해서 조사를 벌였었다. 그 결과 장흥 관산읍에서 만난 김0비 씨(1921)는 친정이 황해도 옹진인데 6.25때 장흥으로 왔다며, “웅진에서는 ‘비너취’라고 불리는 것이 장흥에서는 ‘버너취’ 또는 ‘번추’로 부르더라”고 했다. 관산읍 옥당 마을에서 만난 김0심 씨(1937)는 수리취 사진을 가리키켜, “이것은 깊은 산에 있는 것으로 ‘버너취’라고 하며 떡을 해 먹는 것이다”라고 했다.

 

보성군 문덕면 대운경로당에서 만난 박0연 씨(1934)는 수리취 사진을 가리키며, “이것은 번추인데, 결혼 전에 번추떡을 먹어보고, 그 이후에는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함께 계셨던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문덕면 원촌마을에서 만난 엄0님 씨(1932)는 수리취 사진을 가리키며, “이것은 분추라고 하는데, 떡을 해 먹으면 매우 찰지다”라고 했다.

 

장흥과 보성 지역의 어르신들이 밝힌 번추는 수리취 또는 절굿대였다. 수리취와 절굿대는 남도 지방에서 고급떡의 재료로 이용되었으며, 지역에 따라 분추, 분대, 번추, 가새분추, 숫분추(암분추는 수리취를 지칭), 버너취, 개버너취, 참분대, 개분대, 써래분추, 떡분추, 개분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수리취와 절굿대는 떡 재료뿐만 아니라 잎사귀를 채취해서 말린 다음 털(섬유)을 모아 부싯돌로 불을 일으킬 때 불쏘시개로 사용했다(조0애 씨, 2016년 11월 4일 순천시 주암면 백록마을에서 인터뷰). 그만큼 잎에 털(섬유)이 많아 떡의 재료로 사용하면 떡이 찰지고, 고급 떡이 된다.

 

수리취와 절굿대는 이처럼 전통이 있고, 떡의 재료로서는 매우 우수한 자원인데도, 전남에서는 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흥에서는 ‘장흥 떡타령’을 내세워 특산떡으로 육성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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