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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 소비와 설 명절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2-09 09: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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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화훼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졸업식과 발렌타인데이, 결혼식 등으로 꽃시장에 활기가 넘칠 때이지만 코로나19 재난 이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화훼 소비가 급감해도 화훼 농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장미처럼 특정 품목에 맞춘 시설을 갖추고, 묘목을 입식해서 재배하고 있는 농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랄 뿐 품목을 바꾸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설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훼 농민들이 우울한 설을 맞이하고 있는데 비해 중화권에서는 설(춘절)을 앞두고 꽃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춘절(음력 정월)이면 집안에 난, 백합, 버들, 염색한 국화 등으로 집을 꾸민다. 조상과 불전에 꽃을 바치며, 꽃을 통해 1년 동안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하는 풍습도 있다. 

 

그러한 풍습을 반영하듯 타이완에서는 대부분의 꽃시장들이 2월 10일(새해 전야) 10시까지 영업을 하고, 2월 11일에는 오후 8시까지 개장하며, 2월 20일까지는 정규 휴일과는 관계없이 자유롭게 영업을 한다는 소식이다. 꽃값도 춘절을 앞두고 현재 10-20% 정도 상승한 상태이다. 타이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내수와 함께 수출이 많이 감소했는데, 이번 춘절에서는 사람들이 가정에 더 많은 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가정용 꽃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중화권에 속하는 베트남은 음력 정월(구정)을 뗏이라고 한다. 뗏은 베트남 최대 명절로 화훼 수요가 가장 많은 기념일이다. 뗏(설)에는 빨강 및 노란색 꽃(낙상홍, 개나리)이나 고급 난류(호접란, 심비디움)를 이용해서 집안을 장식하거나 불단(佛壇) 앞에 장식한다.

 

뗏을 앞두고는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화훼를 선물로 보내는 문화도 있다. 특히 정부 관계자가 많은 북부 지역(하노이 주변)에서는 이 선물용 수요가 매우 많다. 선물용 화훼는 크고 화려한 것들이 선호되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다. 베트남에서 뗏에 많이 이용되는 화훼류는 부화 행복을 상징하는 황색과 적색을 띠는 것들이다. 이들 식물에는 신년에 행운이나 돈을 많이 들어오게 한다는 의미와 상징이 있다.

 

홍콩에서는 춘절을 앞두고 꽃시장 방문은 빠져서는 안 되는 연례행사이다. 꽃시장에서는 꽃뿐만 아니라 춘절용의 다양한 상품의 판매와 행사를 한다. 광둥어(廣東語)로 花(화)는 발전을 의미하는 발(發)과 발음이 같고, 桔(길)은 吉(길)과 발음이 같다. 그러므로 꽃을 장식하고 선물하는 것과 더불어 이름에 길(桔)자가 들어 있는 금귤(金桔) 화분을 구매하고 장식하는 것은 신년의 발전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홍콩 화훼 시장에서는 행운을 상징하는 금귤 화분(주황색) 외에도 부와 길조를 상징하는 수선화, 웅장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복숭아꽃 가지, 부를 유지(留)한다는 의미의 버들(柳),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면서 행복, 길조, 기쁨의 의미가 있는 호접란(蝴蝶蘭),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등은 가장 인기 있는 춘절용 화훼이다.

 

중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으나 춘절에 화훼를 이용하고, 꽃시장을 방문하며, 사찰 등에 꽃을 바치는 문화는 베트남, 타이완,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이 이용되는 화훼 또한 금귤, 수선화, 파인애플, 동백, 철쭉, 호접란 등이다.

 

코로나19는 세계 각지에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특히 화훼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화권에서는 설을 앞두고 꽃시장 방문객이 늘어나고, 꽃값이 오르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더 침체되어 있다. 

 

꽃은 먹을 수는 없으나 마음의 양식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튼튼하게 해준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상처 난 마음을 위로해주고, 중화권에서처럼 희망의 상징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화훼농가가 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관공서, 회사, 가정 등에서 보다 많은 꽃을 장식하고 이용했으면 한다. 동시에 설을 맞이해 밝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새해의 희망을 가득 품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0. 베트남에서 주요 기념일의 꽃 문화와 수요. 월간원예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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