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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노모의 전통음식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2-10 08: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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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있다. 설 명절처럼 헤어진 가족들이 모이는 날에는 집안만의 특별한 음식을 먹는 가정이 많다. 음식 문화 조사차 시골을 다녀 보면 가끔 특이한 음식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것들은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과정이 복잡해서, 오늘날에 입맛에 맞지 않아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만나기 힘든 음식들이다.

 

어지간해서 차기도 힘들고, 먹어 보기 힘든 음식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시골의 어르신들이다. 시골의 어르신들이 사라져버린 옛 음식이나 집안 고유의 음식을 오늘날에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자녀들이 좋아해서이다. 어르신들은 휴가 때, 추석, 설 등에 자녀들이 찾아왔을 때 사용하기 위해 재래종 식물을 재배한다거나 특정한 식물을 채취해서 보관한다.

 

자녀들은 어릴 때 많이 먹었던 집안의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추억에 젖어들고, 일상의 맛을 떠나 별미를 느끼게 된다. 가끔은 “어머니의 음식은 서울 한복판에서 음식점을 해도 잘 팔릴 것 같다”는 얘기가 화두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재료가 귀한 도심에서의 생활, 맞벌이 가구의 증가 등으로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재래종 식물들은 사라지고, 집안의 전통음식들은 상속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남은 산과 강, 바다 자원이 풍부하고, 농지가 많아 식자원의 주요 산지이다. 산지에서는 재료가 흔하고, 신선한 것들을 바로 이용하는 요리법이 발달해 있는 등 전통과 독특한 음식문화가 풍부한 곳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회지가 간 사람들이 많고, 인구수의 감소에 의한 지역 전통음식의 소비시장이 없어짐으로써 제조 기술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전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지역이나 외국도 마찬가지인데, 최근 일본에서는 이처럼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 음식문화의 상속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올해 국회 시정 방침 연설에서 일본 전통 술과 소주에 대해 유네스코(UNESCO) 무형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토부립대학은 일본 문화학과를 신설해서 일본 문화를 보호와 전승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 군마현은 대대로 계승되어 온 식문화가 없어지고 있다며, 현민의 의식 조사와 함께 지역의 전통 향토 요리를 정리한 책을 발간하고, 차세대에 상속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의 전통음식은 식문화를 다양하게 하고,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귀중한 자원이며, 지역의 진흥과 활성화에 핵이 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설을 앞두고 시골의 나이 드신 어머님들은 자식들을 위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특별한 전통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뛴다. 코로나19의 유행에 따라 자녀만이라도 고향에 와서 어머니가 해주는 옛날 음식을 먹기를 바라는 어머니들도 많다. 

 

노모의 마음은 그런데 코로나19로 설 명절이어도 가족과 친지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시대이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녀들이 어렸을 때 먹었던 전통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슬프고, 코로나19로 그러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도, 전통음식이 사라지는 것도 슬프다.

 

다가오는 설이 코로나19를 마지막으로 겪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지역과 가정 특유의 역사와 전통문화, 그리고 조상 대대로의 지혜의 결정체인 지역 전통요리가 보존 및 상속되어 식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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