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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추위, 채소를 맛있게 만든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2-19 08: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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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중서부지역에는 지난 연말에 이어 올해 초에도 눈이 자주 내렸다. 눈도 제법 쌓이고, 추워서 농사에 장애가 될 정도이다. 농사와 생활 측면에서는 따뜻한 겨울이면 좋을 텐데 추위로 겨울 지나기가 힘들다고 불평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가운데 겨울철의 눈과 추위는 채소를 맛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슈퍼마켓 등 채소 판매장에서 ‘눈 아래에서 수확한 00채소’라는 월동 채소를 종종 볼 수가 있다. 일본 나가노현(長野県) 신슈(信州) 지역에는 ‘스노우 당근’이라는 유명한 특산물이 있다. 스노우 당근은 폭설지대인 신슈 지역에서 눈을 이용하여 노지에서 월동시킨 당근이다. 가을에 자란 당근을 수확하지 않고 눈 아래 두었다가 해동이 된 다음 수확한 것으로 독특한 풋내와 잡내가 없어지고, 미네랄이 많으며, 매우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나가노현 가미미노치군(上水内郡)에서는 채소를 가을에 수확하지 않고 12월부터 2월 말까지 눈을 파내고 수확하는 농가들이 있다. 수확한 것은 현지 로컬푸드 판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달콤하다”, “맛이 좋다”, “깔끔하다”라는 칭찬 일색이라고 한다. 

 

나가노현은 일본의 알프스 자락에 있으며, 일본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산간지방은 겨울철 내내 눈으로 덮여 있는 곳들이 있는데, 이곳의 월동 채소는 겨울철 내내 눈 속에 파묻혀 있게 된다.

 

겨울이 되면 눈이 3m 정도까지 쌓이기도 하는 니가타현(新潟県) 쓰난마치(津南町)에서도 가을에 채소를 수확하지 않고 겨울을 넘긴 다음 3월 중순부터 4월 무렵에 눈을 제거하고, 채소를 수확하는 농가가 많다. 

 

일본 후쿠시마현(福島県) 가네야마마치(金山町) 지역은 겨울철이면 눈이 2m까지 쌓이는 폭설 지대이다. 이곳에서는 11월 말부터 눈이 내리는 사이에 양배추는 뿌리를 자르고, 당근은 흙이 붙은 채 수확하여 컨테이너에 넣고 눈 속에서 이듬해 봄까지 저장한 다음 아키타현, 니가타현 등 일본의 강설 지역에서 행해지는 정월 대보름의 전통 행사 이름인 ‘가마쿠라(かまくら)’라는 브랜드로 출하하는 농가가 있다.

 

위와 같이 채소가 눈 속에 파묻혀 있거나 저장하면 얼기 쉬울 것으로 생각하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눈 속의 온도는 –0.1~0.3℃를 유지하며, 습도는 95~100%를 유지하면서 자연이 만들어 낸 채소의 정교한 저장고가 되는 것이다.

 

눈 속에서 저장한 채소의 당도를 측정해 보면 양배추는 5도에서 8도로 상승하고, 당근은 7도에서 10도 정도로 높아진다. 그 이유는 온도가 낮아지면 식물은 뿌리로부터 수분 흡수를 스스로 줄이고, 동시에 당분과 비타민 등의 영양 성분을 증가시킨다. 

 

월동 채소에서 당분의 증가는 채소에 함유된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제가 전분을 분해하여 당분으로 바꾸는 작용 등에 의한 것이다. 당분의 증가는 식물체의 어는 온도를 낮추고, 비타민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월동 채소는 식물체가 추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 작용해서 맛있게 하고, 비타민 함량이 증가되는 것이다.

 

최근 잦은 눈과 추위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월동 채소의 맛과 성분을 좋게 한다. 전남은 해남의 월동 배추, 신안의 시금치(섬초) 등 유명한 월동작물들이 많다. 이들 작물의 출하시 눈과 겨울의 추위가 만들어 낸 장점을 어필하면서 브랜드화하거나 판매촉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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