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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모시떡, 더 찰지고 맛있게 만들려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3-02 09: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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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떡은 시대가 변해도 전통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떡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례에 쓰여왔고, 최근에는 간식 및 식사 대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떡이란 이름은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1809년(순조 9년)에 엮은 가정 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인 『규합총서』에 처음 나온다. 곡식을 가루 내어 찌거나 삶거나 기름으로 지져서 만든 음식에 대한 명칭인 떡의 어원은 옛말의 동사 찌다가 명사가 되어 ‘찌기→떼기→떠기→ 떡’으로 변화된 것으로 ‘찐 것’이라는 뜻과 ‘복덕과 덕’이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떡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나 중국에서 떡을 지칭하는 병(餠)자가 사용된 시기는 춘추전국시대이며, 떡을 일반적으로 먹었던 시기는 한(漢)나라 때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 떡은 통일신라 시대까지 산발적이었다가 고려 시대에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떡으로 발달 되었다. 

 

떡 문화의 발상지는 중국 서남부 지역으로 추정되며, 중국 서남부(西南部)와 사천지방(四川地方), 대만, 한국 및 일본에서 떡 문화가 특히 발달 돼 있다. 떡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관능 특성이 다르나 식물이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식물이 떡에 사용되는 유형은 떡의 내용물과 포장에 사용되는 것으로 구분되는 데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 다소간 차이가 있다.

 

필자는 떡에 사용되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해외 사례를 조사해 오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2015년 대만 선란현(宣蘭縣)에서 개최된 ‘2015 대만디자인엑스포’ 조직위원회로부터 세계 명사 강연자로 초청을 받았을 때도 떡 문화를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을 일정에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

 

대만 선란현(宣蘭縣)은 쌀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떡을 비롯해 쌀의 이용 문화가 발달되었고, 산업화가 늦어 전통적인 떡 문화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5 대만디자인엑스포’ 조직위원회 측에서는 필자의 뜻을 알고 고맙게도 사전에 시골의 떡집을 알아본 다음 한 곳을 방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떡집은 장위향(壯圍鄕) 고정촌(古亭村)에 있었으며, 그곳 주인은 떡집을 했던 집안에서 1933년에 태어난 분이었다. 대를 이어서 떡집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 지역에서 과거부터 떡에 사용된 식물을 조사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곳 떡집 주인에 의하면 지금은 옛날식의 떡 판매는 거의 없다며, 과거 떡 제조에 사용되었던 식물을 알려 주었다. 떡의 내용물로 사용된 식물은 서국초(鼠麴草, 떡쑥으로 나주에서는 제비쑥으로 불리는 식물)가 가장 많이 사용된 가운데, 쑥(艾草), 쑥부쟁이류(開脾草, 馬蘭, 가새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수리취가 많이 이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용된 식물에 따라 떡의 종류에 차이가 다른데, 서국초와 수리취는 찰진 떡에, 쑥부쟁이류는 다소 뻑뻑한 떡에 사용되었다고 했다.

 

이 부분은 시사점이 컸다. 남도에서는 과거에 절굿대 및 수리취를 사용한 분추떡 및 분대 떡 등으로 불리었던 떡 그리고 떡쑥을 사용한 제비쑥떡 및 서국초떡으로 불리는 떡이 고급 떡으로 취급되었다. 이들 떡이 고급 떡으로 취급되었던 주요 이유는 떡이 찰지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떡이 찰진 이유는 절굿대, 수리취, 떡쑥 모두 잎 뒷면에 흰색의 섬모가 많은 것과 관련이 있다. 모시와 쑥 또한 잎 뒷면에 섬모가 많으나 다소 짧고, 양적인 측면에서 적은 편이다. 이것은 모시떡도 더욱 찰지게 만들려면 털이 많은 모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광군에서는 그동안 모시 유전자원을 수집해서 특성검정을 통한 우량품종 선발을 했으나 생육 특성, 기능성물질 탐색과 효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절굿대, 수리취, 떡쑥에 비해 취약한 부분인 섬모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영광 모시떡을 더욱 찰지고 맛있게 만들려면 떡의 찰기와 맛에 관여하는 섬모 등에 주안점을 둔 품종의 선발 및 육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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