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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형 놀이와 숲치유, 치유농업 그리고 마케팅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11-08 08: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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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숲치유와 치유농업이라는 영역은 흔히 경쟁과는 거리가 먼 활동으로 여겨진다. 치유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평온함, 쉼, 안정감이다. 그러나 최근 현장과 소비 흐름을 보면, 오히려 적절한 경쟁 요소가 치유 프로그램의 참여율과 지속성을 높이고, 나아가 지역 농업과 관광 마케팅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쟁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경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이다. 프랑스의 놀이이론가 로제 카이요는 놀이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 그중 하나가 경쟁을 기반으로 한 ‘아곤(Agon)’이다. 인간은 비교하고, 도전하고, 스스로의 기록을 갱신하려는 욕구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 특성은 단순히 경기장이나 게임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여러 소비·교육·건강 활동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걷기 앱에서 하루 만보 달성자가 랭킹으로 표시되고, 온라인 독서 플랫폼에서 ‘이달의 독서왕’이 선정되며, 지역 축제에서 주민 텃밭 대회가 열리는 것 역시 모두 경쟁형 놀이 구조가 들어간 활동이다. 경쟁은 참여를 유도하고, 참여는 반복을 만들고, 반복은 결국 습관과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치유 프로그램과도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경쟁 요소를 도입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여러 긍정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텃밭 활동에서 단순히 채소를 기르고 수확하는 방식보다, “10주 동안 더 잘 키운 팀을 선정한다”라는 가벼운 경쟁 규칙을 넣었더니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례가 있다. 패배자에게 주어지는 벌칙도 없고, 1등만 주목받는 구조도 아니지만, “함께 비교하고 성장하는 즐거움”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치유의 핵심은 억지로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데 있다. 이 점에서 경쟁형 놀이는 강제나 스트레스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숲치유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숲길 걷기를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주별 걸음 수 기록 경쟁, 심박수 안정 속도 비교, 식물 관찰 미션 수행 같은 방식으로 설계하면, 참여자의 자기 몰입이 훨씬 높아진다.

 

특히 청소년·직장인·가족 단위 프로그램에서 경쟁형 요소는 흥미와 지속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숲에서 놀고 몸을 쓰는 활동이 단순 체험이 아니라 “내가 해낸 기록으로 남는 활동”이 되는 순간, 참여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주체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치유농업과 숲치유가 단순 활동을 넘어 지역 마케팅 모델로 확장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마을별 채소 키우기 대회를 열면, 단순 농산물 생산이 아니라 ‘스토리 있는 농산물 브랜드’가 생긴다. SNS에서 인증샷이 공유되고, 방문 체험객이 생기고, 지역 농산물은 “사람이 이야기로 묶인 상품”이라는 가치를 얻게 된다. 이는 로컬푸드 직거래, 농촌관광, 힐링 체험 산업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구조이면서도, 기존 농업이 놓치고 있던 경쟁력 회복 지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경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이다. 치유 프로그램에서 금지해야 할 경쟁은 ‘패배자를 만드는 경쟁’이다. 반면 바람직한 경쟁은 ‘변화를 기록하게 하고, 서로를 응원하게 하는 경쟁’이다. 1등만 보상받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 자체가 기록되고, 노력 그 자체가 인정되는 구조여야 한다. 그래서 치유농업에서는 개인 경쟁보다 팀 경쟁, 승패 중심보다 과정 중심 설계가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들도 있다. 누군가를 꺾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경쟁이 되어야 치유가 유지된다.

 

경쟁형 놀이가 치유와 마케팅을 연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은 참여할 이유가 있을 때 움직인다. 기록이 남으면 다시 참여하고, 비교할 대상이 있으면 흥미가 생기고, 응원이 가능하면 관계가 형성된다. 치유농업과 숲치유는 그동안 “좋지만 계속하게 만들기 어려운 활동”이었으나, 경쟁형 구조를 활용하면 지속성과 확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속이 결국 지역경제, 농업, 관광, 돌봄 산업과 연결되는 선순환을 만든다.

 

앞으로의 치유농업과 숲치유 산업은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 삶의 습관을 설계하는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쟁형 놀이는 치유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치유를 지속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활동이 개인의 기록과 경험을 축적하고, 그것이 다시 지역과 산업을 살리는 구조로 이어질 때, 치유는 개인의 심리 안정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가치로 전환된다. 경쟁이 치유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된 경쟁이 치유를 강화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숲 치유와 치유농업, 놀이가 마케팅이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5).

허북구. 2025. 놀이 경제와 치유농업의 마케팅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2).

허북구. 2025. 놀이의 심리적 구조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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