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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도 걸 수 없는 피난 통로·계단과 비상구 - 장성소방서 구조대장 노진철
  • 기사등록 2023-02-01 20: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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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위기의 순간에 이용하는 문을 말합니다. 사람이 외부로 나가는 형상을 한 초록색 유도등이 있는 문을 말합니다. 이 곳은 내가 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라는 전제가 있어야만 비상구란 말이 성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갔는데 연기가 가득차 있다든지, 장애물로 이동에 제한이 있다면 비상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어떠한 위기시에도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아주 강력한 사회적 약속이기도 합니다.

 

비상구는 위험을 피하는데 마지막까지 사용해야 합니다. 비상구는 항상 비워 놓아야 하고,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놓아둔다든지, 장애물을 만들어 놓는다면 사람이 위기시에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비상구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PC방과 연결된 계단에 박스와 같은 장애물을 상당기간 방치되어 있다는 익명의 신고였습니다. 신고자는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순수한 의도로 신고한 사항이었지만, 다중이 이용하는 노래방, 영화관, 숙박시설과 같은 시설에 장애물 없이 유지해야 비상구나 계단, 통로에 물건을 적치했다고 사진과 함께 신고하면 포상금까지 받아가는 제도가 마련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을 넘어가도록 운영되는 제도입니다. 다중이용업소나 숙박시설과 같은 대상이 신고대상으로 아파트나 공장 같은 시설은 신고 대상은 아닙니다만, 꼭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량한 사회적 감시가 꼭 필요합니다.


인재라는 것도 예측이 가능하고, 의무를 다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당연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입니다. 원인분석도 하지 않고, 반성도 없고, 수 많은 매뉴얼을 만들어놔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런 망국적인 재난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껏 언론에서 아픈 매를 맞아왔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가며 교육, 계도, 홍보를 해 왔습니다.

 

피난 통로·계단, 비상구에는 불에 타는 물건을 놓을 수 없습니다. 좋은 그림이 들어간 액자도 설치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의 높은 의식으로 장애물이 설치된 비상구나 통로, 계단을 찾는 일은 이제 쉽지 않습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별일 있겠어?, 괜찮겠지 하는 안전을 무시하는 습관과 같은 관행을 다 버렸는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관련된 곳에서 안전무시 관행을 습관화하거나 개인의 일탈은 모두에게 피해를 줍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깜빡이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든다면 뒷 차 운전자에게 물리적, 심리적 피해를 줍니다. 그리고 다시 어딘가에서 여러 차례 반복한다면 필시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의도치 않는 피해자를 만들 것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따끔한 가르침이 있었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을 일입니다.

 

지금 혹시 불안전한 현장을 목격하셨습니까? 괜찮겠지 하며 지나치기 보다는 관심과 개선의지를 작고 노력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당당한 선진국민으로서 더 안전한 우리 주변을 만들어 이제는 듣기 싫은 후진국병이라는 말이나 인재라는 단어가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발 붙일 수 없도록 같이 노력하는 적극적인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비상구! 우리 모두의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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