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붕 ( 天 崩)/박영동
2020-06-11
김원유 jnnews.co.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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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객 노인과 삼십 대 아들이
문중 선영자리 살피러
거친 숨 몰아 산을 오른다
묵묵히 따르던 아버지가
“아들아 이 자리 어쩌냐”
“아부지 맘에만 들면 좋습니다”
아부지의 아부지를 모실 생각이던
발걸음이 뚝 멈춰지고
가슴은 타오르며 먼 들판을 노리는데
흐릿해지는 산천을 뒤로하고
눈물 조각 비수 되어 발등에 꽂는다
모질게 갈라온 거친 세월의 끝자락
이 자리에 영영 머물지도 모른다는 상념
이리도 허망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태어날 적엔 연유도 모른 채
그토록 서럽게도 울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