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토요일과 일요일,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에 이어 대체휴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벌써 한 달 전부터 해외 항공권이 매진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우리 농촌 역시 그에 못지않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지금 이 계절, 농촌은 눈처럼 하얀 배꽃이 지나간 자리에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등나무꽃은 보랏빛 그늘을 드리우며, 사과밭 아래 민들레는 노란 카펫을 펼쳐 놓는다. 언뜻 보면 단순한 농업 현장의 계절 변화지만, 이는 자연 그대로의 살아 있는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는 소중한 풍경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이와 같은 자원을 농산물 생산과정의 일부로만 인식하고, 관광이나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는 데는 미흡하다. 시대가 바뀌었고, 관광의 방식도 달라졌다. 이제는 지역의 자연과 풍경,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당긴다. 농촌 자원을 체계적으로 콘텐츠화하고, 이를 관광 상품으로 연결하는 일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배꽃과 사과꽃을 중심으로 한 꽃 축제는 단순한 개화 감상을 넘어,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꽃길 걷기, 전통 음식 체험, 꽃잎을 활용한 공예 프로그램 등이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며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의 애플 블러섬 페스티벌도 지역 상권과 결합된 대표적 성공 사례다.
반면, 우리 농촌에서는 여전히 생산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꽃이 피는 계절에 맞춘 테마축제, 포토존 조성, 지역 농산물과 연계된 패키지 개발 등이 부족하다. 관광객의 접근성 개선, 정보 제공 인프라 강화, 체류형 관광자원의 마련 등 실질적인 기반이 절실하다.
특히 등나무꽃은 감성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오래된 덩굴이 만든 터널 사이로 보랏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풍경은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등나무 터널을 조성해 지역 명소로 탈바꿈한 사례처럼, 웨딩 촬영지, 명상 공간, 산책로 등으로 재구성하면 사계절 중 봄철 힐링 관광지로 주목받을 수 있다.
사과밭 아래 민들레도 눈여겨볼 자원이다. 관광객은 나무 위의 꽃뿐만 아니라 발 아래 펼쳐진 노란 민들레 군락에도 감탄하게 된다. 민들레는 꿀벌을 유인하는 친환경 작물로서 생태교육과도 연계되며, 민들레차, 민들레잎 요리 등 지역 식문화 콘텐츠로 확장 가능하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먹고 마시는 꽃’으로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닌다.
청보리밭 역시 봄철 농촌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명소다.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 축제는 대표적인 사례로, 푸른 바람결을 따라 흐르는 보리의 물결은 그 자체로도 장관이지만, 사진 명소로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체험형 콘텐츠와 연계되어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배추꽃처럼 평소 잘 주목받지 못하는 작물의 꽃도 새로운 소재가 된다. 노란 배추꽃이 들판을 뒤덮은 풍경은 농촌의 이면에 감춰진 아름다움으로, 사진 애호가나 생태 체험객들에게 특별한 장면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의 관광 명소가 아닌, 로컬 중심의 숨은 자원을 발굴해 내는 접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의 주도적인 참여와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 구축이다. 관광객 유치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계절마다 테마가 바뀌는 구성, 농촌 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든 공예와 음식 체험 등은 관광객에게 ‘살아 있는 문화’로 기억될 수 있는 힘이 있다.
나아가 농촌은 단순히 ‘자연을 보는 곳’이 아니라 ‘농촌에서 배우고, 쉬고, 기억하는 곳’으로 진화해야 한다. 생산 현장을 직접 보고, 딸기 따기나 꽃차 만들기 같은 체험을 하며, 그 자리에서 믿고 살 수 있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농민과 소비자 간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쌓인다. 이는 곧 직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고, 계획생산이 가능해지며, 소비자는 신선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지금의 농촌은 더이상 단순한 생산지가 아니다. 사계절의 생명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유·무형 자원의 보고다. 배꽃, 사과꽃, 등나무꽃, 민들레, 청보리밭, 배추꽃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이야기와 체험으로 엮일 때, 농촌은 도시민들에게 가장 강력한 ‘쉼’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농촌 자원의 관광 상품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아름다운 전남의 농촌은 더욱더 그렇고, 농촌 자원과 관광의 만남은 지역을 살리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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