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꽃의 아름다움을 구조화된 형태로 표현하는 예술, 화훼장식은 단순한 장식 행위를 넘어 미적 효과, 공간 연출, 상징 표현, 감정 전달, 심리적 안정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다. 특히 치유농업의 맥락에서 화훼장식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참여자에게 정서적 위안과 자존감을 높이는 중요한 활동으로 기능한다.
고령자 대상 프로그램에서 화훼장식을 활용할 때에는 반드시 대상자의 신체적 조건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령자들은 근육량의 감소로 인해 악력(Hand Grip Strength), 손목의 힘이 크게 약화된다. 쉽게 병뚜껑을 열던 이들도 어느 순간 그 작은 행동조차 버거워진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일상에서뿐 아니라, 절화의 줄기를 자르는 화훼장식 활동에서도 결정적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화훼장식 치유 프로그램으로 절화 장식을 선택했을 때에는 절화의 종류에 따른 줄기의 경도(硬度)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꽃마다 줄기의 구조와 수분량, 섬유질 밀도가 다르므로 자르기 쉬운 꽃과 어려운 꽃이 존재하고, 이것은 악력과 상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절화를 자를 때 소요되는 힘은 튤립 같은 초본은 약 1~2kgf, 굵지 않은 장미 줄기는 약 3~5kgf이 필요하고, 좀 딱딱한 목본 소재는 6~10kgf 이상이 필요하다.
절화의 줄기를 자를 때 소요되는 힘의 단위인 kgf은 ‘킬로그램포스(kgf = kilogram-force)’ 또는 한글로 ‘킬로그램힘’이라고 읽는다. 1kgf는 1킬로그램힘인데 이것은 1kg의 질량이 지구 중력에서 받는 힘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구 중력 하에서 1킬로그램의 질량이 받는 힘(force)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물 1리터(=1kg)를 손으로 들어 들어 올리는 힘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줄기 경도에 따라 요구되는 악력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령자 대상 화훼장식 프로그램에서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고르는 것을 넘어서, 절화의 경도까지 고려한 ‘맞춤형 꽃 선택’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장미 줄기를 자르기 어려운 고령자에게 이 작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치유농업 프로그램 현장에서는 기초 악력 측정 장비를 갖추고, 대상자의 악력 수준을 사전에 조사한 후, 자르기 쉬운 소재를 선택하거나, 보조도구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악력 측정은 아날로그형, 디지털형, 스마트폰 연동형, 유압식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프로그램의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활용이 가능하다.
필자가 참관했던 한 원예치료 프로그램에서는 고령자들이 장미 줄기를 제대로 자르지 못하자, 치료사가 줄기를 대신 자르고 꽂아주는 장면이 펼쳐졌다. 고령자는 이미 꽂혀진 꽃작품을 들어 사진만 찍는 수동적 참여에 그쳤다. 이러한 방식은 꽃을 통한 감각적 자극이나 창조적 사고를 유도하지 못하며, 치유라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진다.
진정한 치유는 대상자의 활동에서 이루어진다. 대상자가 화훼 줄기를 어떤 위치에 자르고, 어떤 각도로 꽂을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미 줄기의 경도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까지도 고려하는 섬세함과 과학적이고 치유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유농업은 단지 식물을 매개로 하는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조건을 설계하는 통합적 예술이며 과학이다. 고령자 대상 화훼장식 프로그램에서 장미 줄기의 경도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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