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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 관광지, 데이터로 설득하라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겸임교수 허북구 2025-06-26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농촌관광과 웰니스 산업이 융합되면서 ‘치유농업 관광지’가 새로운 농촌 발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사 체험을 넘어 식물, 흙, 자연환경 등을 활용해 신체적·정신적 치유 효과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도시인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고령자, 청소년, 만성질환자 등 다양한 계층의 건강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국 지자체들은 지역의 치유농업 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치유 관광시설을 구축하거나 활용하고 있다. 힐링센터, 치유의 정원, 숲 치유센터, 해양 치유센터 등 명칭만 봐도 힐링과 치유를 내세운 공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로 치유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시설은 ‘좋다’, ‘힐링된다’는 막연한 인상에 의존하거나, 치유 효과에 대한 실질적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설의 차별성이 흐릿해지고, 이용객에 대한 신뢰성과 정책적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치유농업 관광지가 진정한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정량적 효과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참여 전후의 우울감 지수 변화, 혈압·맥박 등 생리적 지표의 개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의 변동, 체험 만족도 변화 등을 수치화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선도적인 치유농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치유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치유시설을 조성했다면, 단순한 만족도 조사나 설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한 과학적 평가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감정 변화, 정서 반응, 건강 지표 등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통계적 분석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해야 정책적 신뢰도와 방문객 설득력이 동시에 향상될 수 있다.

 

치유 효과를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곳은 ‘전국 최초’, ‘웰니스 특구’라는 슬로건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치유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느낌이 좋다’는 주관적 체감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 ‘몇 % 효과가 있었는가’와 같은 객관적 수치가 동기 유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령대별, 질환별, 계절별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효과 분석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과 예산 집행의 타당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치유농업이 단지 감성적 경험이 아닌,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복지 서비스로 인식될 때,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민간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더불어 지역 농가의 소득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결국 정량화는 치유농업 관광지의 가치를 입증하는 열쇠이다. 이제는 치유농업 관광지가 지역 홍보나 지자체장의 업적물 또는 단지 농촌의 여가 체험지가 아닌, 국민 건강을 돌보는 복지 기반이자, 농촌의 새로운 산업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학적 기반 위에 서야 할 때이다. 그 동력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치유농업 관광지를 유지 발전시키려면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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