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꽃은 고령자, 우울증 환자, 발달장애 아동 등 다양한 대상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매개로 중요한 치유 도구로 주목받는다. 화훼장식 활동은 그중에서도 비언어적 표현과 교류를 통해 사람의 내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치유적 접근이 가능하다.
일본의 플라워 사이콜로지(Flower Psychology) 협회 대표 하마사키 에이코(浜崎英子)는 꽃을 단순히 ‘심미적 도구’가 아닌, 심리적 변화를 유도하는 매개로 이해한다. 그녀는 꽃꽂이 활동이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고,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켜, 무의식적 소통을 가능케 하는 고유한 힘을 가진다고 말한다.
꽃의 향기, 색감, 질감, 형태는 사람마다 다른 감각적 반응을 일으키며, 이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치유농업의 실천에서 화훼장식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자기표현’이다.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도 꽃을 고르고 배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든 꽃을 되살리듯 꺾은 줄기와 잎을 정리하고 새로운 조형을 만드는 활동은, 무가치해 보였던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재해석하는 심리적 과정과 닮아 있다. 이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한다.
또한 꽃을 통한 치유는 공동체적 감정을 유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같은 공간에서 꽃꽂이 활동을 함께 하며 사람들은 서로의 표현을 감상하고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꽃이 시들고 다시 피는 자연의 순환을 함께 경험하며, 참여자들은 생명과 시간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삶과 감정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말로 하지 않아도, 꽃을 통해 공감이 형성되는 이 경험은 치유농업이 지향하는 인간 중심적 돌봄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마사키는 꽃꽂이 활동을 ‘이 순간을 살아가는 행위’로 설명한다. 지금 눈앞에 놓인 꽃에 집중하고, 손끝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색을 느끼는 그 모든 감각적 체험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를 자각하게 한다. 이는 불안, 우울, 외로움 등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 존재에 대한 긍정감을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화훼장식의 치유적 가치는 ‘강요하지 않음’에 있다. 꽃꽂이는 정답이 없다. 누구의 방식도 틀리지 않고, 모든 꽃은 그 자체로 존중받는다. 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화훼장식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꽃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그 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러한 이야기는 ‘언어 이전의 감정’을 말 없이 공유하는 도구가 된다.
치유농업이 단순히 생산 중심의 농업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정서농업’으로 발전하려면 화훼장식과 같은 비언어적 치유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도시화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말이 아닌 ‘꽃’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꽃을 가꾸고, 꺾고, 다시 배치하며 사람은 변화한다. 그것은 꽃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꽃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듬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보다 깊은 위로, 그 침묵의 언어를 통해 치유농업은 인간 본연의 회복력을 다시 깨우고 있다. 꽃은 말이 없지만, 마음을 움직인다. 치유농업에 꽃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浜崎英子. 2013. 花のある暮らしを取り入れ心豊かに生きる:フラワー・サイコロジーの活動から. 野外教育研究 17(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