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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낙인’에 은퇴하는 사회.. 담장 안 소년은 ‘새 인생’을 꿈꾼다 2025-12-30
임철환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한 유명 배우가 수십 년 전 소년원 이력이 공개되며 연예계에서 퇴출 수준의 은퇴를 선언했다. 사과도, 해명도 통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소년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얼마나 냉혹하게 소비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같은 시간, 전북 전주의 법무부(정성호 장관)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 담장 안에서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조용히 쓰이고 있었다. 가정 폭력과 빈곤, 반복된 비행으로 소년원에 수용됐던 한 소년이 10개의 자격증 취득과 대학 4곳 합격 통지서를 받은 채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법무부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은 12월 31일 임시퇴원을 앞둔 김 모 군(18세)의 변화를 공개하며, ‘낙인’이 아닌 ‘회복’이 만들어 낸 한 소년의 실제 변화 사례를 소개했다. 

  

■ "집은 쉼이 아니었다"...폭력과 결핍 속에서 시작된 삶

  

김 군의 성장 배경은 보호보다 생존에 가까웠다. 기억 속 '집'은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조직폭력배 생활로 교도소를 오가던 아버지, 무직 상태인 어머니. 유아기부터 반복된 가정 폭력과 가정해체는 그의 일상이었다. 부모 이혼 후에는 척추 수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된 어머니와 함께 기초생활수급비 가정에서 불안정한 성장기를 보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비슷한 처지의 또래와 어울렸고, 술과 담배, 범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ADHD 진단을 받았으나, 지속적인 보호와 치료는 이어지지 못했다. 방치된 ADHD는 또래 관계에 집착하며 비행으로 이어졌고, 중학생이 되자 인터넷 사기, 인터넷 도박, 반복적인 가출 등 일탈이 반복됐다. 보호자의 관리 공백 속에서 보호시설을 전전하다 결국 2025년 1월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등으로 전주소년원에 수용되었다. 

  

■ "어차피 우린 안 돼요"...'낙인'이 만든 마음의 감옥

  

“어차피 나가도 달라질 게 없잖아요.”
 “저를 이곳에 보낸 판사님이 미웠고, 사회가 싫었습니다”

  

소년원 입원 초기, 김 군은 세상보다 자신에게 더 냉혹했다.

  

직원과 눈도 맞추지 않았고,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작은 자극에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를 옥죄고 있던 것은 소년원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이미 자신에게 내려버린 '인생 유죄' 판결이었다. 그 낙인은 세상보다 더 무서운 마음의 감옥이었다.

  

■ '처벌' 대신 ‘관계․치료’ 기회... 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전주소년원의 선택은 강화된 통제나 징계가 아니라, 관계 중심 개입이었다. 초기 심리검사 결과, 김 군은 애정에 목말라하고 소속 욕구를 지닌 소년이었다. 소년원은 김 군을 전문 상담교사와 1:1 멘토로 지정하고, 생활지도-정서 상담-진로 탐색-가족관계 회복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도 계획을 수립했다. 

  

의료기관과 연계한 ADHD 약물치료, 규칙적인 생활 관리, 운동․식단 조절을 함께 적용했다. 변화는 느렸지만 분명했다. 특히 컴퓨터 수업에서 두각을 보인 김 군은 교사의 작은 칭찬에 "나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고, 수업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처음으로 '잘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자격증 10개, 성적 90점대... 담장 안에서 쓴 반전의 이력서

  

직원의 칭찬과 인정이 더해지자, 컴퓨터 수업에 더욱 몰입하기 시작하였고, SW코딩 자격증을 시작으로 바리스타, 그래픽, 한국사, 한자 등 총 10개의 자격증을 휩쓸었다. 입원 초기 10점대에 불과했던 학과 성적은 90점대까지 향상되었고, 성실한 생활 태도로 연달아 모범상도 받았다. 

  

노력은 김 군을 대학 4곳 수시 합격이라는 기적으로 이끌었다. 

  

유명 연예인이 과거의 이력으로 삶의 한 페이지를 접을 때, 소년은 담장 안에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간 것이다.

  

■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을"... 사회의 편견에 던지는 요리사의 꿈

  

“저처럼 배고픈 사람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어요!”

  

김 군의 꿈은 요리사다. 김 군의 소망은, 자신을 외면했던 사회를 향해 원망 대신 온기를 돌려주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등록금 벽 앞에서는 직원과 지역사회가 손을 맞잡았다. 이학준 사회정착 담당의 지속적인 연계 노력은 여러 독지가의 마음을 움직였고, 약 350만 원의 장학금이 마련되었다. 소원했던 어머니 또한 정기적인 면회를 시작하며, 아들의 새로운 출발에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기로 했다.

  

■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김행석 전주소년원장은 “최근 사회적 이슈를 통해 소년원 출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과오 이후의 삶”이라며, “김 군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소년범들에게 '영원한 낙인' 대신 '회복의 기회'를 주었을 때 어떤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이 손에 든 10개의 자격증은 우리 사회가 이제 '낙인'보다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는 무언의 외침이다.

  

12월 31일, 김 군은 소년원을 나선다. 그리고 그는 혼자가 아니다. 같은 날 임시퇴원을 앞둔 고3 소년 3명도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합격 학과도 단순하지 않다. 레저스포츠학과, 여행항공학과, 전기자동차학과 등 각자의 적성과 진로를 반영한 전공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누군가는 과거에 발목 잡혀 퇴장하지만, 이 네 명의 소년은 과거를 딛고 당당히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선다. 

  

이번 사례는 비행의 이면에 존재하는 결핍과 상처를 이해하고, 교육․치료․관계 회복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때 보호소년의 삶이 변화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공적인지도 사례로 평가된다.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 청소년 범죄예방, 보호관찰, 전자감독, 범법 정신질환자 관리를 통해 범죄로부터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법무부장관 보조기구이며, 범죄예방정책국 소관 법무부 소속기관은 보호관찰소, 위치추적관제센터,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국립법무병원(舊. 치료감호소) 등 총 97개 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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