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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동의 산방야화(1)
  • 기사등록 2013-05-08 17: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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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 매년 특별한 소식도 없이 찾아오는 봄이건만 2011 신묘년의 아지랑이는 다른 봄날보다도 은연중 부산하게 다가오는 날들로 기억이 됩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삶을 꾸려가던 직장생활의 장소가 무려 40여년간 희로애락을 뒤로하고 새로운 장소의 새 건물로 바뀌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4월이 지나가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혼자서 배낭을 메고, 그동안 마음을 달래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무작정 올라 가슴에 맺히던 이슬과 같은 번뇌들을 하염없이 털어내던 옥녀봉과 양을 산을 오르다가 내리고, 내렸다가 다시 오르기를 거듭하면서, 산을 끼고 이어진 주변의 동네들을 아무런 목적도 없이 걸어 하루해를 거의 넘기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옥암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그동안 정들었던 산을 자주 보지 못할 것 같은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토록 오르내렸던 길과는 약간 다른 길을 따라 새로이 걸어보니 뜻밖에 그동안 전혀 보지 못하였던 장면이 펼쳐지는데, 비석도 넘어지고 산딸기만이 엉클어진데다 무심한 잡풀이 우거진 묘소들이 줄지어 자리한 길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다니던 길이 실처럼 이어지는 외딴곳을 걷게 된 것입니다.

순간 이 세상에는 산자와 죽은 자가 종이 한 장 만큼 공간의 차이를 두고 공존하여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것입니다.

후손들이 정성껏 준비한 비석에는 생전의 성씨와 이름이 새겨지고 더불어 이면에는 자녀들과 며느리뿐만 아니라 사위들의 이름까지 새겨진 것을 보고 망자와 산자와의 사이에는 영원토록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끈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모든 현상을 냉철한 이론으로 규명하는 과학적인 사고들은 눈에 보이는 물질의 한계를 고집하여, 오늘날 세계적으로 꽃피운 종교에서 주장하는 내세와 영혼의 문제에 있어서는 상호간에 충돌하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결론을 내리자면 “네 말은 옳고 내 말은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열반경에 등장하는 불교우화 중에는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손으로 만져보도록 하고 그 생김새에 대하여 답하도록 하였다는데, 적게는 여섯 명, 많으면 열 명의 장님들이 각기 다른 답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장님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지전능하신 신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그에 대하여 진정한 신의 모습을 답하라고 하였다면, 열사람의 장님과 같은 발언을 하였을 것입니다.

열사람이 표현하는 코끼리의 모습과 열사람이 표현하는 신의 모습은 모두 합하여 그리면 거의 비슷한 답에 이를 것으로 보여 집니다.

정말로 이 세상에는 수도 없는 종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하나 같이 물질인 육체가 소멸하고 난 다음의 내세에 대하여 주장하면서도 축복 받은 내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제 각각의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는 길이 그만큼 다른지도 모릅니다.

저희가 서울을 가는데도 차량과 선박, 기차, 항공기뿐만 아니라 갖가지의 교통수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지점인 서울에 이르는 수단이 되는 것은 맞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기에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는 굳이 배척할 이유도 없거니와 내가 주장하는 길만이 만고의 진리라고 우길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스스로의 처지에 맞는 길을 찾아 진리의 등불을 찾는 구도자의 신심을 고이 간직한 채 끊임없이 스스로의 마음을 닦아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불교성전 서두에 등장하는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이 마음 하나에 달려있다는 뜻으로 불가의 핵심을 이루는 처음과 끝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질인 육신은 아마도 마음이 피어나는 방향으로 갈 뿐만 아니라, 그 마음이 짓는 것으로 하여, 만 가지 종교가 우주의 한 현상으로 표현하였던 천국과 지옥에 이르는 길을 제 각각 가슴속에서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대한 허공중에 티끌같이 작은 한 점들로 자리한 인간이 펼친 삶의 편린들도 물론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우리 존재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뜻있는 것으로 하려면, 평생 동안 인간의 도리를 밝히려고 전념하신 고승들께서 어두운 밤에 찬연히 빛나는 별과 같이 뿌려둔 주옥같은 법어와 일화를 통하여 높고도 깊은 뜻을 만분의 일이라도 짐작하여 깨우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승들께서 펼치신 법어들은 한 마디로 부처님의 말씀과 다름이 없을 것으로 느껴지므로 달리 구별하지 않고 소개하고자 합니다.

“인생 한 백년이/ 나그네 같거늘/ 어디에 묻힐는지 아득하여라”

“땅에서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

“햇빛 속에 몸을 바르게 세우면/ 그림자도 바르게 서고/ 몸을 구부리면/ 그림자도 따라 구부러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부처인지도 모르고 중생이라 한다/ 다만 자신이 중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자기가 원래 부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집착 없는 ‘나’가 비로소 ‘참 나’인데/ 마음 생멸은 문득 어디서 오는가/ 내 안에서 찾아야 체득할 수 있네.”

“두견새가 밤을 새워서/ 울다가 목이 메면/ 다시 넘어오는 피를/ 머금고 또 운다/ 그런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를 하라./ 그때 비로소 모든 것을 이룰 수가 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좋은 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도 스스로/ 만드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말은 언중유골이다./ 첫 번째 말은 종자가 되고/ 두 번째 말은 싹이 트고/ 세 번째 말은 열매를 스스로 거둔다./ 말은 이처럼 무섭다”

“깨달으면 부처도 조사도 소용이 없으며/ 팔만대장경도 다 소용이 없다/ 오직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부처이면 부처같이 행하고/ 스님이면 스님 같이 행하고/ 사람이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내 몸과 이 우주의 허공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 이것이 삶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의 영혼은 육체의 관속에 들어가고/ 관 속의 육체는 허물어지고/ 영혼은 더 자유로워진다./ 육체가 완전 주검이 되었을 때/ 영혼은 완전히 자유로워짐을 알라”

“귀를 기울이면 어린아이들도/ 부처님 말씀을 하고 있다./ 내 부모 형제가 부처님이 아니고/ 부처님의 말씀이 아닐 수 있겠는가”

“자신이 부처라고 생각하면/ 저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부처이다.”

“가나오나 서거나 앉거나/ 연꽃이 피듯이/ 머무는 그곳이 극락이다./ 극락과 지옥은 / 모두 우리가 가진/ 마음으로 통한다”

“행복은 바랄수록 멀어지고/ 집착할수록 불행해진다./ 행복은 구해지는게 아니라/ 저절로 자기를 향해 찾아오는 것이다.”

“생과 사는 둘이 아니라 오직 하나./ 이를 아는 사람은/ 삶과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이네”

“결코 사람은 부처를 볼 수 없다/ 왜냐 하면 부처는/ 바로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이다”

“종이 그 속을 비운 이유는/ 멀리까지 소리를 울리기 위함이고/ 거울이 세상 모습을 평등하게 담을 수 있는 것은/ 그 겉이 맑기 때문입니다./ 강물이 아래로만 흐르는 것은/ 넓은 바다가 되기 위함이고/ 바람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은/ 형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가질 때는 지성껏 기도를 해야 한다./ 술과 담배를 끊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 한다/ 반드시 아이를 가질 때는/ 자신의 조상이 지켜주는 집에서 가져야만 한다./ 다른 장소에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잘못된 영혼이 올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만의 업이 있고 아이만의 영혼이 있음을 알라.”

“많이 놓아 버리면 성인이요/ 많이 들려는 자는 중생이 아닌가/ 풀 끝에 걸린 하늘/ 이슬로 떨어지고/ 그렇지 않는 하늘이 이렇듯 보이는구나.”

“수행하고 포교하여/ 이 땅을 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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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ds4aqf2013-05-10 23:44:56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인연속에서 욕심을 빈곤하게 하는 것이 생에 있어 삶의 마음이 아름답고 살지게 된다는 것을 음사월초의 의미로 다시금 되세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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