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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주 둘러보기: 음악의 영험이 서려 있는 사찰, 심향사 -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연구사업팀장 김대국
  • 기사등록 2021-01-05 08: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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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금성산 동쪽 산기슭에는 심향사(尋香寺)가 있다. 나주공업고등학교와 금성중고등학교 사이에 있는 이 절은 통일신라 시대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나 확실한 기록이 없다. 1358년(공민왕 7)에 중수하고, 1789년(정조 13) 몽수(夢守)가 중창하였다. 옛 이름은 미륵원(彌勒院)이었으며, 조선 시대 때는 신황사(神皇寺)로 바뀌었고, 다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사찰 이름에서 심향(尋香)은 산스크리트어인 간다르바(Gandharva)의 번역어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힌두교 신화에서 간다르바는 신의 궁정 가수로 신과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불교에서 간다르바는 제석천왕(帝釋天王)의 음악(音樂)을 담당하는 신(神)이다.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기(香氣)만 먹으며, 팔부신장(八部神將)의 하나로 부처님이 설법(說法)하는 자리에 나타나 정법(正法)을 찬탄(讚歎)하고 불교(佛敎)를 수호(守護)한다.

 

팔부신장(八部神將)은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으로 팔부중(八部衆)이라고도 부른다. 팔부중은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睺羅迦)인데, 건달바가 심향(尋香, Gandharva)이다. 심향사(尋香寺)가 간다르바에서 유래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찰이라는 점에서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름이다.   

 


민가와 가깝고 출입구가 중고등학교에 걸쳐 있는 심향사 일원은 1984년 전남문화재자료 제88호로 지정되어 있다. 극락보전에는 건칠아미타여래좌상(羅州 尋香寺 乾漆阿彌陀如來坐像)이라는 문화재가 있다. 2008년 보물 제154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흔히 건칠불상이라 부른다. 건칠불상은 흙으로 불상을 빚고 삼베를 옻칠한 후에 그 위로 금물을 입힌 불상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알아주는 건칠불상이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시대의 불상인 석조여래좌상(羅州 尋香寺 石造如來坐像)은 2011년에 전라남도의 유형문화재 제309호로 지정되었다. 미륵전 앞에는 보물제50호인 나주북문외삼층석탑(羅州北門外三層石塔) 이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외에 지장(地藏), 독성(獨聖), 산신(山神) 탱화가 있고, 500년 전에 심었다는 팽나무와 모과나무가 있다.

 

모과나무는 음력 정월 국가와 가정의 안녕을 비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으며, 아들을 낳고자 하는 여인네가 모과나무 아래 미륵부처님께 기도를 올렸는데 당시 우물을 품어 미꾸라지가 나오면 아들이, 붕어가 나오면 딸을 낳았다는 전설이 있다.

 

사찰의 이름에서부터 불심이 배여 있는 맑고 향기로운 심향사. 제석천왕(帝釋天王)의 음악(音樂)을 담당하는 신(神)인 간다르바의 번역어인 심향. 어쩌면 음악인에게 영험(靈驗) 있는 사찰이 될 수 있겠다는 세속적인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 심향사

위치 : 나주시 대호동

안내 : 연중 무휴 관람(내부 제한 관람)

정보 : 전남문화재자료 제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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