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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떫은 감, 감물 페인트 자원 삼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5-24 07: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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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감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과거 집집마다 다양한 감나무가 심어져 있었던 시절에는 이때쯤이면 감꽃이 마당과 골목을 가득 채웠다. 


아침마다 감꽃을 쓸었고, 더러는 실에 꿰어서 목걸이를 만드는 등 감꽃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우려먹는 감, 수정과용 감, 곶감용 감, 연시용 감 등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식재해 두었던 감나무는 새마을운동, 주택개량, 원예품종의 도입에 의해 재래종은 하나둘씩 줄어들고, 획일화되었다.

 

감나무 종류는 대부분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것도 최근에는 한계에 다 달아 감나무밭의 관리나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하고, 다양한 과일이 시장에 유통됨에 따라 한때 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던 감 품종만 재배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우리보다 좀 더 일찍 겪으면서 외면했던 떫은 감을 되살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단감개발과 감 품종의 개발 후 재래종의 떫은 감들은 그다지 쓸모없는 감으로 전락했고, 감의 수확용보다는 강건한 특성으로 인해 방풍수 등으로 이용되었다. 

 

일본 교토부의 남쪽에 있는 교토산성(京都山城) 지역에 있는 우치차(宇治茶) 산지에서도 재래종의 떫은 감나무는 서리로부터 차밭을 보호하기 위해 방풍수로 이용되었다. 이 감은‘천왕시(天王柿)’라는 재래종 감이며, 열매 직경이 3cm 정도로 작으나 타닌이 풍부해 과거에 감 착즙액이 선박의 도료로 이용되었다. 


당시에 감물이 선박 도료 및 그물의 염료로 사용됨에 따라 이것을 판매하기 위한 가게도 있었다. 1887년 카모(加茂)에서 창업한 토미야마(トミヤマ)라는 감물 업체도 그중의 하나였다. 

 

‘천황시’는 타닌 함량이 많아 선박 도료의 대표적인 자원수였으나 화학도료의 개발에 의해 용도가 없어지고 방풍수가 되었다. 방풍수로 심어졌던 ‘천왕시’는 농업의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중장비 진입에 방해가 되어 차밭에서 벌채되었다. 우치시(宇治市)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방풍수로 이용되었던‘천황시’의 벌채가 진행되었다.

 

‘천황시’의 착즙액을 활용하기 위해 선대에 창업했던 ‘토미야마’에서는 ‘천황시’가 사라지는 위기감과 함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학 물질 과민증이나 새집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천황시’의 활용책을 적극적으로 연구했다. 

 

‘토미야마’에서는 감물을 그대로 도료로 사용할 때의 단점을 개선하고, 안전 시공이 높은 도료의 개발에 착수해 업계 최초로 '감물 페인트'를 개발에 성공했다. 감물 페인트는 현재 천연 소재가 빚어내는 맛과 안정감이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중요 문화재 보존 및 수리, 고택의 수리, DIY를 즐기는 사람들에게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토미야마’에서는 친환경적인 감물페인트가 인기를 끌자 2015년부터‘천황시’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교토뿐만 아니라 사가현(滋賀県) 등 여러 지역의 휴경지에 감나무를 심고, 지역민들의 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전남에서도 과거에 감물은 어망에 이용되었다. 경상북도 상주감연구소장을 지낸 조두현 박사에 의하면 “1990년대 중반에 완주군 고산면 밤실 노인정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은 감을 따서 목포로 보내서 판매했다고 하셨다. 목포에서 어망하는 사람들이 구매했다고 하셨다"(2017년 10월 12일 조두현 박사와 전화 인터뷰). 재래종 감자원 또한 많다. 

 

전남은 염료 및 어망에 감을 이용했던 문화, 다양한 감 자원이 풍부하고, 휴경지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를 감물 페인트 등 시대의 요구에 맞는 용도에 맞게 개발하였으면 한다. 지역 리더 그룹의 아이디어, 지자체와 관련 업체와 협력에 실행 의지가 더해지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감을 이용한 친환경 도료와 염료의 개발로 재래종 감을 살리고, 휴경지를 활용하면서 소득증대 자원으로 활용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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