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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산 딸기 스캔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11-22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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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독일에서 딸기 재배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독일 딸기 재배 면적은 2014년 19,123ha였던 것이 2022년에는 14,862ha로 감소했다. 생산비용 증가와 저렴한 스페인산 딸기의 수입이 딸기재배면적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최저 임금의 상승은 노동집약적인 딸기의 생산비용을 크게 상승시켜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저 임금이 저렴한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딸기의 수입은 독일산 딸기의 설 자리를 점점 빼앗고 있다.

 

독일산 딸기를 점차 대체해 나가고 있는 스페인산 딸기는 94-98%가 포르투갈 국경 근처인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주 우엘바(Huelva) 지역에서 생산된다. 우엘바에는 습지, 늪, 모래 언덕으로 구성된 도냐나 국립공원(Donana National Park)이 있다. 이 공원은 EU 법률에 의해 보호되며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엘바 딸기 재배지는 국립공원 주변에 밀집해 있다. 올리브, 곡물, 와인 등 전통적인 건식 농업 지역이었던 이곳에서 딸기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 투자자들이 딸기 재배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딸기 재배가 성공하자 크게 확산되어 현재 재배 면적은 9,000ha로 늘어났다. 이는 2022년 담양군 딸기재배면적 367ha에 비해 24.5배나 많으며, 우엘바에서 생산된 딸기는 유럽 전역으로 출하된다.

 

우엘바 지역 딸기 재배 규모는 일자리에서도 나타난다. 스페인 평균 농업 종사자 비율은 4% 정도인데, 우엘바에서는 일자리의 15%가 농업에 속해 있다. 우엘바에서 딸기 수확 시즌에는 매년 100,000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출신이며 사하라 이남 국가 출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엘바 딸기 산지는 고용 창출, 수출에 의한 소득 증대 등의 효과가 있으나 문제는 도냐나 국립공원 일대의 건조화 촉진,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대우 등이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도냐나 국립공원의 넓은 지역은 이미 건조한 숲으로 바뀌었고 녹지는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4년 동안 습지의 90% 그리고 약 3,000개의 석호가 완전히 말랐다.

 

환경론자들은 10년 전부터 그 원인으로 딸기 재배자들을 지목해 왔다. 딸기 1kg을 생산하는 데300L의 물이 필요해 800L가 필요한 사과나 1,800L가 필요한 망고보다는 물의 소비량이 적으나 재배 면적이 워낙 넓고, 최대 1,900ha 논밭이 불법 관정 등 불법적으로 관개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NASA 데이터에 따르면 우엘바 지역은 스페인에서 가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 지하 1미터 깊이까지의 토양 수분이 장기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재배 지역 확장과 함께 도냐나 국립공원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건조해지고 있다. 또한 딸기 재배로 인해 물의 질산염 농도 증가와 수 미터 낮아진 지하수위 등이 문제시 되고 있다.

 

한편, 100,000명의 계절 근로자 중 대부분은 감비아, 세네갈, 가나 등 가난한 나라 출신이다. 이들은 주로 샤볼라(Chabolas)라고 알려진 빈민가에 살고 있다. 딸기밭 바로 옆에 있는 판지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두막에 거주하고 있는 계절노동자들은 쓰레기 처리장, 화장실, 수돗물, 식수 및 전기도 없는 곳에서 생활한다. 많은 사람이 불법적으로 이곳에 살고 있으며 서류나 고용 계약도 없다. 농민들이 여성 노동자를 상대로 강요와 성폭행을 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배경에서 스페인산 딸기에 대한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캄팩트(Campact)라는 단체가 슈퍼마켓에 딸기 불매운동을 강요하는 요청을 했으며, 2023년 7월 기준 250만명 이상이 청원에 서명했다. 유럽의 미그로스(Migros) 등 23개 대기업은 안달루시아주 정부에 딸기밭 합법화 계획을 중단하라는 공동 서한을 보내는 등 우엘바 딸기 산지의 환경과 인권 문제는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농산물은 이처럼 산지의 환경과 농업 근로자 인권 문제가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동시에 유럽에서 탄소중립 실천과 지속가능성에 충실한 딸기는 우엘바 딸기와 선명하게 대비되어 주목을 받으면서 부각 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자료 출처]

Erdbeeren aus Spanien: Geht den Bauern bald das Wasser aus?(https://www.nzz.ch/wirtschaft/die-spanische-region-huelva-beliefert-ganz-europa-mit-erdbeeren-doch-es-herrscht-duerre-geht-den-bauern-bald-das-wasser-aus-ld.1742681)

Der Erdbeeranbau in Deutschland geht immer weiter zurück(https://www.tagesschau.de/wirtschaft/verbraucher/erdbeeren-anbau-teuerung-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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