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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재미 소실과 농촌 위기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1-04 0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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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촌 인구의 감소와 초고령화로 농촌이 위기를 맞고 있다. 마을이 만들어지고 농촌이 형성된 이래 오늘날처럼 빈집이 늘어나고 학교가 없어지고 농촌 외곽 지역의 작은 마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처음이다. 농촌의 위기는 예전에도 있었으나 농업과 농촌은 계속되어왔다. 산업화 시대에 농민의 아들딸들은 농업을 벗어날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고, 실제로 많은 농민의 아들딸들이 농촌을 벗어났으나 농업은 계속되었고, 농촌은 건재했다.

 

농업 대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농업은 지속되어 왔으며, 농촌의 소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 배경에는 농업에 재미와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농업이라고 하면 중노동, 바쁜 일, 흙 묻음, 축산 부산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쉽게 떠 오르고 재미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지 않은 점들이 많다.

 

그런데 재미 측면에서 농업을 생각해보면, 자연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 작물을 키워가는 즐거움, 매년 자신의 기술이 축적되고 이것이 적용되면서 느끼는 보람, 농민으로서 사는 자부심이 있다. 게다가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유사회이다. 이것은 죽은 사람조차 존중하는 선산과 지역의 역사라는 종적인 관계를 이어오는 것과 함께 이웃사촌으로 표현되는 끈끈한 횡적인 관계가 경쟁과 스트레스보다는 타인 존중 사상과 인간미를 만들어 사는 재미를 더해왔다.

 

농업의 재미나 가치는 위와 같이 농민 혼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 작물과의 관계, 농촌 사회 및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농자지천하대본(農者之天下大本)이라는 말처럼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자부심 등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사상적 바탕 위에 형성되었었고, 농업과 농촌이 그 중심축이 되었다.

 

지금은 그 재미가 사라지고 있으며, 함께 사는 사회라는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 정책은 농촌과 농업인보다는 농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이 스마트 농업 등 규모화와 효율적인 식량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인식 또한 농산물의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농민은 먹거리 생산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농촌 또한 공장처럼 농산물의 생산단지로 점점 바뀌어 가면서 농촌 사회와 이웃 존중 사상이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구식 자본주의 이행과정이다. 자본주의적인 시스템의 목표는 항상 이익의 극대화이다.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전쟁도 그만두지 않았던 대항해 시대의 유럽이 그 정신을 만들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타인도 자기나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삼으려고 한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타인에게 경의를 기울이지 않는 현대라는 황폐한 사회이다.

 

우리 사회는 농촌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타인, 타인의 영업, 노동에 경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경제나 정치,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은 이익을 위해 일회용 비정규 노동자를 대량 고용하고 농민은 식량 생산의 도구로 간주되고 있다. 소득과 직업에 관계없이 타인을 존중하기 보다는 사회적 지위에 따른 편견이 커지고 있다.

 

농촌과 농업은 이런 사회변화와 함께 재미와 가치가 사라지면서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농업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게 되면 외형적으로는 자본 주위 사회 적응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자기 만족하는 것 외에 자신의 노동 가치를 찾아낼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서구사회와는 달리 1인당 농업 규모가 적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가는 고수익과는 거리가 멀어 점점 곤경에 빠져 버린다. 농업의 재미와 가치를 상실한 상태에서 소득조차 적게 된다면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할 명분도 실익도 없게 되고 농촌의 붕괴는 촉진하게 된다.

 

자본주의 시회에서는 농촌이 붕괴되어도 농업과 식량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환경, 타인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사회의 중심축인 농촌의 붕괴는 인간미가 물씬물씬 풍기는 우리 전통적인 사회관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보루를 지키려면 농촌을 살려야 하고, 농촌을 살리려면 농업의 재미와 가치를 높여 주어야 한다. 동시에 재미 농업을 통해 자연과 타인을 사랑하는 전통적인 농촌의 함께 사는 가치관을 확산시켜야 한다.

 

[참고자료]

農業の価値と"気づき" 荒廃社会変革に協同の力を 哲学者 内山節氏(https://www.jacom.or.jp/noukyo/tokusyu/2023/11/231127-70867.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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