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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소팔진미와 미나리 삼겹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2-25 08: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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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관광에서 음식관광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음식관광(飮食觀光)은 음식을 구경하거나 즐기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관광으로 관광객의 유입뿐만 아니라 음식에 사용하는 지역 특산물의 홍보와 판매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많은 지자체에서는 음식관광의 이러한 기대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음식관광과 연계해서 지역 특산 음식의 개발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주시 또한 과거에 맛있기로 이름난 어팔진미(魚八珍味)와 소팔진미(蔬八珍味) 그리고 목사밥상을 계승해 오늘날 관광객들이 맛볼 수 있게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어팔진미는 영산강과 그 지류인 황룡강, 몽탄강에서 잡히는 여덟 종류의 물고기(참게·숭어·뱅어·웅어·잉어·자라·장어·복어)를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소팔진미는 영산강 유역 기름진 토양과 나주평야에서 생산한 여덟 종류 채소(미나리·마늘·두부·녹두묵·생강·참기름·열무·겨우살이)로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특산 음식의 특징들을 보면 재료의 풍부성에서 유래된 것, 지역의 노동 환경에서 유래된 것, 사회문화적인 요소에서 유래된 것, 종교적인 것에서 유래된 등 매우 다양한데, 나주의 어팔진미와 소팔진미는 주로 재료의 풍부성에서 유래된 것들이다.

 

재료의 풍부성에서 유래된 것들은 풍부한 재료를 바탕삼아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되고, 조리 기술이 전승된 것들이다. 그런데 나주 어팔진미에 사용되는 음식재는 나주 특산품에서 벗어난지 매우 오래되었다. 소팔진미에 사용되는 재료 또한 나주만의 특산이 아니라 각지에서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품목으로 변화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소팔진미를 반찬으로 활용한다 해도 나주밥상의 특징을 살리기 어렵다.

 

더욱이 어팔진미와 소팔진미를 강조하다 보면 나주배, 나주 한우, 노안 미나리처처럼 최근의 나주 특산 음식재나 영산포 홍어, 나무곰탕처럼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과 이미지의 혼란이 일어나기 쉽다. 또 실질적인 매출이 일어나는 품목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품목이 달라 실질적임 매출이 일어나는 업체가 희생되기 쉬운 등 나주 음식관광 정책이 산만해지기 쉽다.

 

특히 현재의 음식 트렌드를 볼 때 어팔진미와 소팔진미 그리고 나주목사밥상을 강조했을 때 이것의 상품화와 정착에 소요되는 금전적 정책적 비용, 기회비용 대비 특산물의 판매, 음식 관광객의 유입 등의 기대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나주는 예로부터 나주평야의 일소와 나주평야에서 생산된 곡식 부산물에 의해 돼지 등의 가축 사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나주곰탕, 나주육회비빔밥, 나주생고기, 나주육전 등 육고기의 조리와 식용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태능배갈비처럼 나주 제일의 특산품목인 배와 연계가 된 육고기 문화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배는 연육 효과가 있으므로 육류의 조리시 배를 활용하면 연육 효과가 있고, 이것을 활용하면 음식관광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육류와 배의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주는 두가 재료가 풍부하고, 나주밥상을 육성한다고 목소리는 높여도 배밭갈비처럼 배를 활용한 육고기 상품화는 미미하다 못해 소외되어 있다.

 

나주 노안에서 많이 생산되는 미나리도 마찬가지이다. 삼겹살을 먹을 때 미나리를 조합하면 미나리 향과 식감이 삼겹살의 맛을 더욱 맛있게 하는데, 재료가 풍부한데도 이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이에 비해 청도 한재 미나리 삼겹살은 매우 유명하고, 음식관광과 홍보 효과가 크다. 청도 미나리와 삼겹살을 먹기 위해 인근의 대구와 경산 등지의 사람들이 청도를 많이 찾고, 방송 등을 통한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과거에 목사고을이 많았음에도 유난히 나주만이 목사고을을 강조하고, 목사고을이 사용된 상호 등이 많다며, 미래보다 과거 지향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징검다리이자 바탕이 되나 현실과 미래를 도외시한 과거의 식문화만을 강조하게 되면 발전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전남 각 지역의 음식관광 정책에서도 과거의 자원은 역사성, 지역의 전통성과 특색을 살리는 데 활용하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것과 미래의 발전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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