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연 2000 명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던 전공의 대다수가 떠난 여파로 지난해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반토막이 났다 . 빅 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응급실 환자 수도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 서울 강동갑 ) 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내원 환자 수는 121 만 6063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 전년도 (2023 년 ·208 만 958 명 ) 내원 환자 수보다 41% 감소했다 .
지난해 1 분기 내원 환자 수가 40 만 2222 명으로 전년도 1 분기 (47 만 7557 명 ) 보다 15.7% 줄었던 데 비해 지난해 2·3 분기 내원 환자 수는 28 만 명대로 전년 (53 만 8724 명 ·54 만 9914 명 )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
환자가 수용되지 않고 옮겨진 ‘ 전원 사례 ’ 는 지난해 내원 환자 (121 만 6063 명 ) 의 2.7% 수준인 3 만 2983 건이었다 . 지난해 2~3 분기 전원율은 2.8% 를 유지하다 , 4 분기 들어 전원율이 3.1%( 내원 환자 24 만 4771 명 중 7489 건 전원 ) 로 소폭 상승했다 .
전원 사유로는 경증 또는 환자 사정이 1 만 1690 건 (35.4%) 으로 가장 많았고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 (8540 건 ·25.9%), 요양병원 전원 및 회송 등 기타 (7093 건 ·21.5%), 응급 수술 · 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함 (5660 건 ·17.2%) 이 뒤를 이었다 .
반면 전년도 응급실 전원 사유는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이 1 만 4964 건 (35.7%) 으로 가장 많았다 . 경증 또는 환자 사정 (1 만 470 건 ·35.1%), 응급 수술 · 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함 (6317 건 ·15.1%), 요양병원 전원 및 회송 등 기타 (5888 건 ·14.1%) 순이었다 .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와 입원까지 하게 된 환자는 지난해 38 만 7449 명으로 내원 환자 (121 만 6063 명 ) 의 31.9% 비중이었다 . 특히 이들의 응급실 재실시간은 평균 390.7 분 (6 시간 30 분 ) 으로 전년 (558 분 ·9 시간 18 분 ) 대비 3 시간 가까이 (168 분 ) 단축됐다 .
국내 빅 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 자체 집계결과 지난해 응급 환자 수가 7 만 4598 명으로 전년 (11 만 7716 명 ) 과 비교해 36% 감소했다 . 연간 서울아산병원 응급 환자 수가 10 만 명을 밑돈 일은 코로나 19 유행이 터진 2020 년 (9 만 3966 명 ) 이후 4 년 만이다 .
이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 최중증 고난도 환자만 받아 대응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 내원 환자 수만 단순히 비교했을 때는 경증 비응급 환자를 돌려보냈다고 보이나 , 전원 사유와 재실시간을 보면 중증 응급 환자에 집중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는 뉴스 1 에 “ 내원 환자 수가 지난해 들어 확연히 꺾였고 3 월 이후 급감했다 . 의료자원 부족으로 응급실 이용 , 진료가 줄었음을 잘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 ” 라고 설명했다 .
이경원 공보이사는 지난해 응급실 내원 환자의 전원 사유 중 ‘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 ’ 이 전년 대비 9.6%p( 포인트 ) 하락한 점을 주목했다 . 이 이사는 “ 의료 공급 측면에서 시설이 부족해 옮길 필요는 없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 고 말했다 .
이어 “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병실 , 중환자실이 남아도 환자를 입원시켜 진료할 의사 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 며 “ 그리고 인력이 부족하지만 , 상급종합병원이 수용해야 할 중증 응급환자에게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 고 덧붙였다 .
이경원 이사는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환자들의 응급실 재실시간이 짧아진 데 대해서는 “ 진료량은 감소했지만 , 전문의 위주로 응급실을 운영해 대응 과정이 훨씬 단축됐다고 볼 수 있다 ” 고 전했다 .
이 이사는 “2022~2023 년에는 코로나 19 유행 영향과 격리 입원 문제 때문에 재실 시간이 길었지 않나 추정 가능하다 ” 며 “ 응급실 재실시간을 단축하는 게 환자 예후에 더 좋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 ” 이라고 소개했다 .
다만 이경원 이사는 “ 평소 전공의 수련 목적에서 전공의가 진료한 뒤 전문의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렸고 응급의학과와 각 임상 진료과 간 협진에도 시간이 소요됐다 ” 면서 “ 이번 사태 이후에도 재실시간을 짧게 유지할 수는 없다 ” 고 전망했다 .
이 이사는 “ 전공의 수련은 향후 미래 세대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 며 “ 전공의 수련으로 응급실 재실시간이 길어져도 , 이는 감수할 부분이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 라고 제언했다 .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은 “ 내원 환자가 감소한 데 따라 재실시간도 단축됐다 . 전문의들이 직접 진료를 한 영향으로 풀이되나 병실 부족에 따른 전원율이 하락한 점은 최종 치료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 고 언급했다 .
진선미 의원은 “ 의정갈등은 더 이상 단순한 정책 충돌이 아니라 ,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 며 “ 정부는 ‘ 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 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 현장에서는 골든타임이 무너지고 , 국민의 생명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 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