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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치유 음식, 죽순 초무침 - 남도치유한식연구회 회장 장영애
  • 기사등록 2025-05-20 10: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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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비가 내린 뒤 땅을 뚫고 쏟아오르는 대나무의 새순, 죽순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선물이다. 특히 5월 초부터 6월 초까지는 남부지방 산기슭이나 대밭에서 죽순이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이다. 이때의 죽순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처럼 비가 온 다음날 새벽에 가야 많이 수확할 수 있다. 한창 자라기 시작한 죽순은 너무 자라기 전에 따야 맛이 좋고, 육질도 연하다. 일찍 수확한 죽순은 아삭한 식감에 봄철 입맛을 살리는 건강식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 식용 가능한 죽순은 크게 세 종류, 즉 맹종죽, 왕대, 솜대에서 나온다. 각각의 대나무는 생김새도 다르지만, 죽순의 수확 시기, 품질, 맛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가장 이른 시기에 수확되는 맹종죽(孟宗竹)은 중국이 원산지로, 죽순이 크고 굵으며 수확량이 많다. 죽순 10개 중 10개를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손실이 적고, 원뿔형의 형태로 통조림용에 적합해 상품성이 높다. 단단한 식감에 아삭한 맛이 특징이지만, 맛의 깊이나 부드러움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어 솜대는 5월 중순 무렵 수확하며, 죽순이 작고 껍질이 많아 실제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10개 중 3~4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솜대는 ‘감죽(甘竹)’이라 불릴 만큼 맛이 좋고 단맛이 돌아 요리인들 사이에서는 별미로 꼽힌다. 생산량은 적지만 한 번 맛본 이들은 솜대 죽순의 풍미를 잊지 못한다. 반면, 왕대는 5월 말에서 6월 초순경 수확이 이루어지며, ‘고죽(苦竹)’이라는 이름처럼 죽순 특유의 쓴맛이 다소 강한 편이다. 죽순 10개 중 7개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왕대는 죽순 외에 줄기가 두껍고 끈기와 탄성이 좋아 죽세공이나 건축용 자재로도 많이 활용된다.

 

이처럼 죽순은 그 자체로 영양이 풍부하고 각 품종마다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어, 선택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죽순은 수확 직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아린맛이 강해지고 식감도 떨어지므로, 생죽순을 구입했다면 곧바로 손질하여 삶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죽순의 손질은 다소 번거롭지만 정성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 죽순 껍질에는 미세한 잔털이 있어 피부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위생 장갑을 끼고 손질해야 한다. 밑동을 자르고 길이로 반을 가른 뒤 껍질을 벗기고, 쌀뜨물에 삶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떫은맛과 수산(oxalate) 성분을 줄이고, 풍미를 부드럽게 하며 죽순 특유의 영양소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삶은 후 찬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두면 더욱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죽순을 활용한 요리 가운데 특히 죽순 초무침은 봄철 입맛을 살리는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삶아낸 죽순을 세로로 결을 살려 썰고, 양념장에는 집간장 혹은 조선간장, 식초, 설탕 약간, 다진 마늘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친다. 기호에 따라 미나리나 실파, 청양고추를 곁들이면 향긋함이 더해진다. 살짝 쌉싸름한 죽순의 맛과 조화를 이루는 초무침은 봄철 해독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죽순은 체내의 열을 내려주고 이뇨 작용을 도와주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열량이 낮고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다. 동의보감에는 죽순이 담을 삭히고, 소화를 돕는다고 기록되어 있어 예로부터 죽순은 ‘약이 되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한철 음식인 죽순은 보통 가정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5~6월 사이 한 번쯤은 삶은 죽순을 무쳐 먹으며 계절의 건강함을 느끼는 것과 자연의 선물로 인해 힐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솜대 죽순처럼 그리 흔치 않지만 깊은 맛을 지닌 품종을 맛보는 일은 봄의 풍미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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