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남 양파 품종, 기계화와 저장성 두 축 갖춰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5-06-17 08:53:21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전국 양파 생산량의 약 38%를 차지한다. 전남의 양파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라 지역 농민들의 소득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나 지금까지 양파 품종은 외국산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2010년부터 국산 양파 품종 개발에 나섰다.

 

6월 16일 신문기사에 의하면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여 육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결과 ‘금송이’, ‘아리아리랑’, ‘스리랑’ 등 9종의 우수 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밝혔다. 이 신품종들은 단단한 과육, 낮은 부패율, 추대와 분구의 억제 등 재배 안정성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내성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사에서 아쉬운 점은 바로 ‘기계화 적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인력 부족이며, 특히 노동집약적인 양파처럼 넓은 면적에서 대량으로 재배되는 작물은 기계화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렵다.

 

양파 수확기에는 양파밭 옆에 근로자들이 타고 온 버스를 흔히 볼 수가 있을 정도로 양파 재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서 30~50%에 이른다.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큰 만큼 기계를 활용할 경우 농가의 경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기계를 도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양파의 수확이라면 기계 수확에 맞는 양파 품종이 병행되지 않으면 손실과 품질 저하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로 인해 ‘기계 수확에 적합한 양파 품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계 재배에 적합한 품종은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는 ‘구형의 균일성’이다. 기계는 형태를 섬세하게 구분하지 못하므로, 구의 크기와 모양이 일정해야 수확과 선별, 포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둘째는 ‘숙기 일치성’이다. 밭 전체가 일정 시기에 동시에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성숙해야 기계 수확이 가능하다. 셋째는 ‘엽병의 강건성’이다. 줄기가 쉽게 꺾이지 않아야 기계가 줄기를 당겨 구를 뽑을 수 있다. 넷째는 ‘구피의 견고성’이다. 수확 및 운반 과정에서도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아야 상품성이 유지된다.

 

기계의 도입이 시급한 양파는 대량 소비 품종으로 대량 유통이 필요하므로 저장성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저장성이 뛰어난 품종은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 가격 하락기를 피하고,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 통기성과 외피 두께, 병해충 저항성 등이 뛰어난 품종일수록 부패율이 낮고 장기 저장에 유리하다. 기계 적성과 저장성이 결합된 품종은 결과적으로 농가의 생산성과 리스크 관리 모두를 향상시키는 최적의 해법이다.

 

양파 재배에서 기계화는 우선적으로 수확 부분이 시급하나 파종 등 처음부터 기계화에 최적화된 전용 품종을 육성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키타모미지 2000’, 미국에서는 ‘Sweet Harvest’ 등 기계 수확 전용 품종이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품종 개발과 병행하여 농기계 자체의 설계 기준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 논 토양에서도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으나 전남은 여전히 황토밭에서 재배하는 비율이 높아 황토밭에 적용성이 높은 특성을 갖춘 기계 이식기와 수확기의 도입, 그리고 묘의 균일 생육, 구의 고정력까지 고려한 일관 재배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 디지털 농업 기술을 접목하면 품종 개발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센서 기술, 저장 중 수분 함량과 발아 상태를 자동 감지하는 스마트 저장 기술과 연계한다면 저장성과 기계 수확성 모두에서 최적화가 가능하다.

 

결국 품종은 단지 식물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시스템 전체를 관통하는 전략적 해답이다. 농업의 고령화와 인력난, 기후변화, 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하려면 품종-기계-환경-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통합 모델이 구축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품종 육성이 있어야 한다. 전남의 양파 농업은 이제 벼재배처럼 기계 재배와 저장성이라는 두 축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품종과 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생산성이 높은 수출 품목까지 성장해야 한다. 이번 전남농업기술원의 양파 품종 개발은 그 물꼬가 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4. 양파밭 옆의 버스. 전남인터넷신문농업칼럼(2024-06-17)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40724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관련기사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광복절 노고단 정상, 일출과 함께한 탐방객
  •  기사 이미지 “정남진 장흥 물축제, 역대급 시원함이 쏟아진다”
  •  기사 이미지 “군수님, 어떤 일 하시나요?” 보성여중 학생들, 김철우 보성군수와 소통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