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남 나주시가 청년 농업인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지역 핵심 자산인 배 산업의 세대교체와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 14일 시 농업기술센터에서 ‘2026년도 농업인대학 청년배전문반’을 개강하고 차세대 농업 경영인 육성에 나섰다. 과학적 영농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인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나주 배 산업은 과연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
배 산업의 대물림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사람보다 환경의 변화다. 지금 배나무는 재배 기술의 범주를 넘어 기온과의 관계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작물이 되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배 재배 적지는 점차 북상하고 있으며, 병해충 발생과 배꽃의 동해 피해가 증가하는 등 나주배에 불리한 조건이 누적되고 있다. 그 강도는 해마다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는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온대과수인 배나무는 겨울 동안 일정한 저온을 축적하지 못하면 봄에 싹이 나오지 않고 꽃이 피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겨울 동안 생장이 멈춘 상태를 ‘자발 휴면’이라 하는데, 이 휴면은 필요한 만큼의 저온을 경유해야만 풀린다. 문제는 기후가 변하면서 이 기본적인 조건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온이 낮아 개화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따뜻한 겨울과 봄으로 개화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개화가 빨라지는 것은 생산에 유리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출하 시기가 빨라지면 가격이 높아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개화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서리와 눈에 의해 배꽃이 얼어 죽는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배꽃은 –1.7℃ 이하로 떨어지면 씨방이 손상되어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불어 꽃가루는 15℃ 이하에서는 발아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인공수분을 하더라도 결실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나주에서 재배 비중이 높은 ‘신고’ 품종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개화가 빠른 만큼 저온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기 쉽고, 이미 수분 단계에서 암술이 손상되어 열매가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고’ 품종은 또한 여름철 고온·건조로 과실 표면이 타들어 가는 햇볕 데임(일소)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기상 피해가 아니라 품종과 기후 조건이 맞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다음 단계다. 기후변화가 더 진행되면 겨울철 저온이 부족해 자발 휴면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배나무가 꽃눈을 형성하려면 일정 시간의 저온이 필요하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신고’와 ‘20세기배’는 7.2℃ 이하 기준으로 약 1,200~1,400시간의 저온이 요구된다. 그러나 남부지역인 나주는 기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나주의 평균 기온은 최대 4.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봄이 되어도 꽃이 제대로 피지 않거나, 피더라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재배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 소비환경의 변화, 국제화에 따른 맞춤형 수입 과일의 확대, 인공지능과 스마트농업의 도입, 급격히 상승한 인건비, 그리고 로봇과 자동화를 전제로 한 재배 방식의 전환까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겹쳐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의 과수 재배는 로봇에 의한 전정과 수확을 고려한 수형 설계, 기계화가 가능한 과원 구조, 데이터 기반 관리가 기본이 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로봇을 이용한 전정과 수확을 목적으로 한 과원 조성이 되고 있듯이 나무의 수형이 공간 바뀌지 않으면 기술은 현장에서 작용하지 않는다.
소비 환경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명절 중심의 소비 구조는 약화되고, 소포장과 일상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화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졌고, 국산 배는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청년 농업인 양성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산업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수익 구조와 재배 환경, 품종과 시장이 함께 바뀌고, 배를 재배해해서 돈이 되지 않는 구조라면 대물림은 어려워진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라 돈이 되게 하는 구조다.
나주 배 산업의 대물림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배나무는 식재에서 수확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갱신하는데도 마찬가지여서 준비된 곳에서만 이어진다. 지금의 기후와 시장, 기술의 변화를 직시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이어받을 산업 자체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나주 배 산업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변화에 맞춰 다시 설 것인가.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실행만이 남아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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