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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착과 피해, 사전 관리로 전환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4-30 12: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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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지역 배 재배 농민들이 오늘(29일) 나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우박과 저온 현상으로 인한 배 착과 불량이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들은 "배생산자협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배 착과 불량으로 인한 피해율은 60~90%에 달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라남도가 배 저온 피해를 즉시 조사하고 '농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한 해의 피해로만 볼 수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봄철 저온과 기상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과수 농가의 피해 역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농업이 이제 ‘예외적 재해’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장의 농가들은 개화기 관리, 인공수분, 작업 시기 조절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기후 변화의 속도와 변동성이 개별 농가의 대응 수준을 넘어서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응 체계의 구조적 한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대응 방식은 피해가 발생하면 재해로 인정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구조다. 피해 보상은 필수적이어야 하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반복되는 위험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넘어서 “피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후지대인 일본 역시 저온과 이상기상으로 과수 피해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다만 일본 농림수산성은 개화기 저온, 서리 등에 대해 작물 생육 단계와 연계한 기술 지침과 대응 요령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상 정보 전달이 아니라, 농가가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행동 지향형 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일부 주산지에서는 방상팬, 미세살수장치 등 저온 피해 저감 장비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장비는 찬 공기를 순환시키거나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일본 역시 지역별 차이가 존재하며, 모든 농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방 중심 관리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녹차밭에서 수 미터 단위의 미세한 공간까지 온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보급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순한 기상 예보가 아니라, 차밭 내부의 실제 온도 차이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같은 차밭이라도 위치에 따라 온도 차이는 크게 발생하며, 이 차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차나무의 생존과 직결되는 변수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의 농협 조직은 기술 지도와 정보 전달, 재해 대응 지원을 통해 농가의 대응을 돕는다. 농가의 자율성이 기본이지만, 지역 단위에서 일정 수준의 공동 대응이 이루어지는 구조는 대응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은 첫째, 작물 생육 단계와 연계된 농업 기상 정보 체계를 정교화해야 한다. 단순한 예보가 아니라, 농가의 행동을 유도하는 구체적 지침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방상팬과 같은 예방 장비를 개별 농가 부담에 맡기기보다 지역 단위의 공동 인프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산자 조직과 농협, 원협,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품종 선택과 재배 방식에서도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현재 진행형이며, 농업은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산업이다. 반복되는 피해 속에서 같은 대응을 되풀이하는 것은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 농업은 자연을 상대하는 산업이지만 동시에 관리의 산업이기도 하다. 사후 보상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전 대응이 구조화될 때 비로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전남 배 피해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우리 농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이제“어떻게 보상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피해를 줄일 것인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변화가 이루어질 때, 농업은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차밭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시대, 전남 녹차밭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4.07.).

허북구. 2024. 폭염과 나주배 품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08.05.).

허북구. 2022. 기후변화 대비 배 품종과 지자체 독점 품종.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2.11.15).

허북구. 2022. 나주 배 산업, 기후변화 파고 버텨낼까?.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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