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일본 오이타현(大分県) 우스키시(臼杵市)는 발효문화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된장과 간장 등 전통 발효 식품을 지역 농업과 연계하고, 이를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하여 지역 식생활 문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음식과 농업, 생활문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본 야마가타현(山形県) 쓰루오카시(鶴岡市)은 지역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식문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도시다. 이곳은 재래작물과 산채를 활용한 전통 음식 문화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왔다. 계절별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음식 체험과 학교 연계 식문화 교육 등이 운영되면서, 식문화가 일상과 관광을 연결하는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방문객이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 두 도시의 공통점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미식(Gastronomy) 분야, 이른바 ‘식문화창조도시’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식문화창조도시는 음식의 개별적 우수성이나 유명도를 평가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생산, 조리, 식사, 교육,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식문화 체계를 갖춘 도시를 의미한다. 이러한 체계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동시에 산업과 관광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된다.
음식 측면에서 우스키시 및 쓰루오카시와 전라남도를 비교해 보면 전남은 음식 전통과 자원이 매우 풍부하고,‘남도미식’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의 맛과 다양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전남은 또한 전국적으로도 대표적인 음식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어 우스키시 및 쓰루오카시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국제적인 체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전남에는 식문화창조도시로 지정된 지자체가 없다. 이는 음식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이를 하나의 구조로 정리하고 국제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에서도 음식 관광을 내세우는 지자체가 증가하고 있다. 지역 축제와 특산물, 향토 음식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개별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 관광객에게는 일정한 효과를 가질 수 있으나, 국제 관광객의 관점에서는 차별성이 부족하다. ‘맛있다’라는 평가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전남의 식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일관된 메시지로 발신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전남의 음식은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어떤 농수산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지가 함께 설명되는 구조로 재정리되어야 한다. 음식이 앞에 서고, 그 음식이 전남의 생산 기반과 연결되는 흐름이 형성될 때, 음식과 농수산물은 동시에 가치가 상승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음식 관광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수확–조리–식사로 이어지는 체험 구조를 설계하고, 방문객이 지역의 식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체험형 관광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체류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더 나아가 식문화 교육과 연계할 경우, 단기적인 관광을 넘어 장기적인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따라서 전남 음식의 위상은 ‘맛’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세계에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 사례가 보여주듯,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자원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연결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남은 풍부한 농수산물과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하나의 식문화 체계로 조직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브랜드화하는 일이다. 음식이 앞에 서고, 그 음식이 전남의 농수산물에서 비롯되었다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때, 전남은 비로소 식문화창조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음식문화, 지자체 조직에 드러난 인식 지형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7.23.).
허북구. 2023. 나주 홍어, 미래 무형유산으로 육성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05.31.).
허북구. 2023. 나주 홍어, 무형문화재 지정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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