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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양파, 품종 경쟁력이 산업 경쟁력이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5-18 09: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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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일본의 농연기구(農研機構, NARO) 소속 연구우너들은 최근 양파 DNA 마커 선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앞으로 양파 산업의 방향이 단순 생산 확대에서 품종 경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기술은 단순히 “큰 양파를 만드는 기술”이라는 차원을 넘어, 기후 변화와 노동력 부족, 가공 산업 확대 속에서 품종 자체가 산업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남은 전국 최대 양파 주산지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양파 경쟁은 생산량과 가격 중심의 측면이 강했다. 물론 생산량은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품종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시장 구조와 수익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전남 양파 산업 역시 단순 재배 중심에서 품종·가공·유통·산업 연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일본은 연간 약 27만 톤의 양파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일본 국내 생산량의 약 4분의 1 수준이며, 대부분 외식업체나 식품 가공용으로 사용된다. 최근 일본은 국제 정세 변화와 물류 불안, 환율 문제 등으로 인해 수입 농산물 의존의 위험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양파 생산 확대와 함께 가공용 양파 산업 육성을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주목한 것은 단순 다수확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큰 양파를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이었다. 대형 양파는 껍질 벗기기와 절단 작업이 쉽고, 같은 양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양파 개수가 줄어든다. 결국 가공 작업 시간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최근처럼 농촌 노동력이 부족하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양파 크기가 단순히 유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같은 품종이라도 토양 상태와 비옥도, 수분 조건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기존 육종에서는 눈으로 큰 양파를 골라 씨를 받고 다시 재배하는 작업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겉으로는 큰 양파처럼 보여도 다음 세대에서 작은 양파가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안정적으로 큰 양파를 만드는 품종을 육성하는 데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노동이 필요했다.

 

일본 농연기구는 여기에서 DNA 마커 기술을 활용했다. 겉모양이 아니라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후대에서도 안정적으로 큰 양파를 만드는 개체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양파 제8염색체에서 구 크기와 관련된 영역을 찾아내고, 이를 구분할 수 있는 DNA 마커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개체까지 정확하게 선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연구 성과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민간 종묘회사와 공동으로 가공용 양파 품종 개발에 들어갔으며, 외부 분석기관을 통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즉 연구·종묘·생산·가공 산업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남 양파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전남 양파 산업은 단순 생산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장성, 기계화 적응성, 가공 적성, 노동 절감형 품종, 기후 적응성 등 산업적 특성을 갖춘 품종 경쟁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남은 양파 생산 기반과 농업기술 인프라가 강한 지역인 만큼, 단순 산지 역할을 넘어 품종 개발과 가공산업까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 기반 육종 시대의 확대이다. 양파는 게놈 크기가 매우 커 분석이 어려운 작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DNA 마커 선발 기술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앞으로 다양한 채소 품목에서도 유전체 기반 품종 개발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스마트농업이 단순 자동화 시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자 단계부터 데이터와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미래 농업 경쟁력은 단순 생산량이 아니라 “어떤 품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전남 양파 산업 역시 생산 중심 사고를 넘어 품종 경쟁력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Sekine D., S. Oku, U. Yamanouchi, T. Mizubayashi, T. Ando, S. Hiura, H. and Tsukazaki. 2025. Identification of a common major quantitative trait locus controlling onion bulb weight and development of molecular markers for bulb weight selection.  Molecular Breeding 45(86). https://doi.org/10.1007/s11032-025-01614-9

허북구. 2025. 전남 양파 품종, 기계화와 저장성 두 축 갖춰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6.17.).

허북구. 2025. 전남 양파 산업의 ‘품종-소비 목적’ 연계 전략.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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