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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의 핵심 상품, 치유의 가치와 가격 - 한국명인명장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5-21 09: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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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은 농업을 기반으로 인간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 회복, 사회적 관계 형성, 신체 활동 증진 등을 돕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치유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치유’라는 상품의 특성이다.

 

일반적인 농산물은 눈에 보인다. 쌀은 몇 kg인지 측정할 수 있고, 꽃은 품질과 크기를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체험 상품도 비교적 명확하다. 체험 시간, 제공 재료, 공간 규모, 프로그램 횟수 등이 가격 기준이 된다. 그러나 치유농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상품인 ‘치유’는 다르다. 치유는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무게를 달 수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상품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진다. 참여자는 “정말 효과가 있는가”를 궁금해하고, 운영자는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결국 치유농업의 핵심 상품인 치유는 일반 상품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셈이다.

 

그래서 치유농장에서는 프로그램 전과 후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평가 방법을 활용한다. 스트레스 지수 측정기, 맥파 측정기, 심리 검사, 자아존중감 설문, 우울감 척도, 만족도 조사 등이 그것이다. 프로그램 참여 전과 후를 비교해 변화 정도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치유농업 현장에서 사전·사후 평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치유의 종류 자체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우울감 감소를 목표로 하고, 어떤 프로그램은 사회적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한다. 또 어떤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이나 스트레스 완화를 중심에 둔다. 즉, 치유의 방향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각각의 치유 정도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사회적 기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혈압을 낮추는 약은 수치 변화라는 기준이 있지만, 정서 안정이나 관계 회복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다. 참여자가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느끼는 것과 “삶의 의욕이 생겼다”라고 느끼는 것은 분명 가치가 크지만, 그것을 얼마의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야 하는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이 때문에 치유농업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치유만으로 상품 거래를 성립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가시적 성과물’이다. 프로그램 참여 후 가져갈 수 있는 분경, 테라리움, 꽃바구니, 허브 제품, 수확 농산물, 발효식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농장은 이를 통해 상품 거래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분경이나 테라리움 자체가 치유농업의 본질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치유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완하고 설명하기 위한 매개체에 가깝다. 치유농업의 핵심 상품은 여전히 ‘치유 경험’ 그 자체이다. 자연 속에서의 안정감,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의 관계 형성, 식물을 돌보며 생기는 책임감과 몰입, 공동 식사 속의 정서 교류 등이 진짜 상품인 셈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치유농업 분야에서 이러한 ‘치유 상품의 특성’ 자체를 산업적 관점에서 깊이 논의한 연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프로그램 운영 방법이나 치유 효과 검증에 집중되어 있었고, 정작 “치유를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가”, “치유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거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그러나 치유농업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치유농업 플랫폼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치유농장에 수입이 발생해야 하고, 그 수입은 결국 상품 판매 구조로 연결되어야 한다. 단순한 보조사업이나 일회성 체험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치유농업도 시장 속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치유농업에서는 ‘치유 가치의 설명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완화, 사회적 관계 개선, 정서 안정, 참여 지속성 등을 일정 기준으로 평가하고 축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치료 효과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과 예방적 건강관리, 관계 회복, 지역 공동체 형성 같은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치유농장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치유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고 기록하며 소비자에게 신뢰성 있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치유 과정의 반복성과 안정성, 공간의 품질, 운영자의 전문성, 참여자의 변화 기록 등이 모두 상품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치유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은 결국 사람의 변화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어떻게 설명하고 신뢰를 만들며 산업 구조 속에서 거래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킬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치유농업 산업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치유농업의 지속가능성 3요소 이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농업칼럼(2026.5.15.).

허북구. 2025. 환경을 고려한 치유농업 음식치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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