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촌진흥청은 지난 17일 2021년~2025년 추진한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2021~2025)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지역 농업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북 성주의 참외, 전북의 수박, 강원의 옥수수, 충남의 딸기, 전남의 유자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특화작목은 생산과 소득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형성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농업자원을 보유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광양 하면 매실, 나주 하면 배, 보성 하면 녹차와 참다래, 고흥 하면 유자, 완도 하면 비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지역 이름과 특정 농산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은 오랜 기간 생산자와 연구기관, 행정이 함께 노력해 온 결과이다. 특산품목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이끄는 산업이자 지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남의 모든 시·군이 이러한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특산품목 육성을 내세우곤 한다. 새로운 품목을 선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임기가 끝나거나 정책 방향이 달라지면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공모사업이나 국비사업을 통해 추진되다가 사업 종료와 함께 관심이 사라지는 사례도 볼 수 있다.
특산품목은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품목이 되기 위해서는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축적, 생산기반 조성, 가공산업 육성, 유통망 구축, 브랜드 형성 등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단체장의 임기나 특정 사업 기간에 맞춰 접근해서는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농업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재배 적지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생산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 국제화와 시장 개방은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고, 소비자들의 식문화도 건강·기능성·친환경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이 많으면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품질과 기능성, 스토리와 체험 가치까지 함께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 특산품목을 가진 지역은 현재의 명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품종 개발과 스마트농업 도입, 가공산업 확대, 관광 및 치유농업과의 연계 등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특산품을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로운 특산품목을 찾고 있는 지역은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인의 아이디어나 일시적인 유행만으로 품목을 선정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 물 환경, 노동력 구조, 소비 트렌드, 국제시장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금 잘 팔리는 품목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품목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후 변화와 시장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역특화작목 선정도 과거의 경험과 직관만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와 객관적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특히 전남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만큼 미래 농업환경을 예측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산품목은 지역의 미래 산업을 선택하는 일이며, 농업과 농촌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전남 농업의 미래는 새로운 특산품목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여건과 미래 환경에 맞는 품목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육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전남의 특산품목 정책도 단체장의 공약이나 일회성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과 장기적인 비전, 그리고 흔들림 없는 지속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특산품목이 탄생할 수 있다. 전남 농업의 미래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특산품목을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작물, 기후변화에 맞는 재배력 만들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6-5).
허북구. 2025. 부안군 사진 아카이빙과 전남 지자체의 농특산물 홍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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