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글쓰기, 번역, 상담, 디자인, 음악 창작 등의 영역까지 AI가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자동화가 확대되고 있으며, 교육과 의료, 행정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은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다움(humanity)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은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고 삶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회복하며 살아간다. 같은 말을 들어도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같은 공간에서도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경험의 의미가 달라진다. 인간의 삶은 감정과 관계, 공감과 경험 속에서 완성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분야가 바로 인간 중심 산업이다.
인간 중심 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의 질과 행복, 건강과 공동체 회복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교육, 문화예술, 상담, 돌봄, 복지, 관광 그리고 치유농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치유농업은 인간 중심 산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 가운데 하나이다. 치유농업은 물적 생산성이 아니라 농업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식물, 동물, 농촌 공동체의 자원을 활용하여 사람의 심리적·정서적 건강과 사회적 회복을 돕는 활동에 가치를 둔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씨앗을 심고, 식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한다.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적 관계를 회복한다. 이러한 과정은 생산량이나 경제적 가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중심의 경험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 사회적 고립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경제 수준은 높아졌지만 행복감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 사이의 대면 접촉은 줄어들고 있으며, 공동체 의식도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치유농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치유농업의 효과에 관한 연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연 속 활동은 스트레스 감소와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식물 재배와 원예활동은 자아존중감 향상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 장애인, 청소년,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에는 지식 자체보다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 암기나 반복 업무는 AI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중요한 역할로 남을 것이다. 교육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창의성,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공감 능력 등을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인간 중심 산업에서 더욱 중요하게 활용된다.
치유농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운영하는 치유농업 캡스톤디자인 교육은 학생들이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참여자의 요구와 감정을 이해하고, 자연과 농업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협업 능력과 소통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배우게 된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경쟁력은 기술과 인간다움의 조화에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정과 관계, 공감과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치유농업은 바로 이러한 미래를 보여주는 산업이다. 농업의 생산적 기능에 인간의 치유와 행복이라는 가치를 더함으로써 사람 중심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AI 시대가 될수록 치유농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기술만이 아니라, 더 따뜻한 인간성과 더 건강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6. 치유농업에서 PBL기반 학습의 의미와 활용.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6-15).
김현주. 2026. 생성형 AI와 치유농업 캡스톤디자인.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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