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오늘은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이다. 단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시명절 가운데 하나로 음력 5월 5일에 지낸다. 단(端)은 처음 또는 시작을 뜻하며, 단오는 중오절(重午節),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불린다. 전통사회에서는 음력 5월 5일을 양기가 왕성한 날로 여겨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다양한 풍속과 의례를 행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단오는 설날이나 추석에 비해 존재감이 크게 약해졌다. 단옷날이 언제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고, 과거에 행해졌던 다양한 풍속도 대부분 사라지거나 축소되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 단오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단오는 과거에 비해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단오가 여전히 중요한 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만이다. 대만에서는 단오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용선경주와 전통문화 행사가 열린다. 용선경주는 전통놀이에서 관광객이 찾는 지역 축제로 발전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는 이를 관광, 문화,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전통음식 판매와 체험행사, 공연 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만이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과거 농경사회에서 형성된 문화를 현대 사회의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은 박물관에 보관되는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해 왔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가 낮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 것들은 과감히 정리되었다. 전통 풍속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의 성장, 치유와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는 과거에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쉼과 치유를 원한다. 자연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활 속 풍습이었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치유 프로그램이 되고 관광상품이 되며,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관점에서 의미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흔히 단오 풍속으로는 그네뛰기, 씨름, 창포물에 머리 감기, 수리취떡 먹기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전남 지역의 기억과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단오에는 훨씬 다양한 생활문화가 존재했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단옷날 찔레꽃을 이용해 떡을 만들어 먹었다. 이는 계절의 꽃을 활용한 향토음식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강가나 해안지역에서는 모래찜질을 하며 건강을 기원했다는 증언도 확인된다. 일부 노인들은 새벽에 맺힌 상추 이슬을 얼굴에 바르며 피부 건강을 기원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속은 문헌에 널리 기록된 전국적 풍습이라기보다는 지역의 생활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풍속의 규모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치이다. 찔레꽃떡은 지역 식물을 활용한 음식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모래찜질은 자연치유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상추 이슬과 같은 생활지혜는 친환경 웰빙 문화로 재해석될 수 있다. 과거의 생활문화가 현대의 관광과 치유, 체험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전남은 이러한 가능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전남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농업문화 자원 보유 지역이다. 농업뿐 아니라 어업과 산림문화가 발달해 있으며, 지역마다 독특한 세시풍속과 향토문화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풍속과 생활문화가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조사와 기록이다. 전남 각 지역에 남아 있는 단오 풍속과 음식, 놀이, 민속 신앙 등을 조사하고 정리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축제와 농촌체험, 치유관광, 향토음식 산업과 연계한다면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
농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크다. 단오와 관련된 창포, 수리취, 찔레꽃 등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문화자원이다. 농산물에 문화적 스토리를 더하고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현대 소비자들은 상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이야기를 함께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통은 낡은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활용되지 못했을 뿐이다. 대만이 단오절을 문화와 관광, 경제 활성화의 자원으로 발전시키고 있듯이 우리도 전통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특히 농업문화 자원이 풍부한 전남은 단오와 관련된 지역 문화를 적극 발굴하고 콘텐츠화할 필요가 있다. 단오는 지나간 명절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이다. 전남의 단오문화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며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단오, 전남농업 문화자원의 보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6.16).
허북구. 2021. 쑥떡, 제비쑥떡, 수리취떡 중 남도의 단오떡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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