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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융복합산업체, 주력상품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7-16 08: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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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농촌융복합산업 현장을 다니다 보면 의외로 자주 마주치는 모습이 있다. 농장주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면 이미 머릿속에는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체험, 새로운 브랜드가 가득하다. 이야기만 들어도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온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아이디어가 많은 것은 분명 장점이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촌융복합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가공품, 체험 프로그램, 관광상품, 문화콘텐츠 등은 모두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반드시 좋은 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많으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장을 방문해 보면 한 업체에서 여러 종류의 가공품과 체험 프로그램, 관광상품을 운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문제는 상품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도 시장에 충분히 정착하기 전에 또 다른 상품 개발로 관심이 옮겨간다는 점이다. 

  

기존 상품의 품질 개선과 판매망 확대, 고객 확보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다 보니 주력상품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로운 상품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생산과 판매 체계가 안정되기 전에 관심이 다른 상품으로 이동한다. 결국 기존 상품은 홍보도 부족하고 판매망도 갖추지 못한 채 새로운 사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상품의 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주력상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새로운 상품 하나를 개발하려면 시제품 제작, 디자인, 포장재 개발, 인증, 홍보, 장비 구입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자체 자금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농촌융복합산업체는 각종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을 활용하게 된다. 물론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은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자'는 생각으로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기존 주력상품이 시장에 충분히 정착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사업으로 관심과 자원이 분산되는 것이다. 결국 인력과 시간, 자금이 여러 사업으로 나뉘면서 기존 상품의 품질 개선과 판로 확대, 브랜드 육성에는 충분한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새로 개발한 상품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기존 상품 역시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업체 안에는 수많은 상품이 쌓인다. 전시대에는 여러 종류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고, 카탈로그도 두껍다. 그러나 실제 매출을 살펴보면 꾸준히 판매되는 상품은 몇 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력이 10년, 15년이 넘었고 개발한 상품도 수십 종이지만, 시장에서 소비자가 먼저 찾는 주력상품은 없는 것이다.

  

농촌융복합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주력상품의 정착'이다. 상품 하나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상품을 알고, 구매하고, 다시 구매하며, 주변에 추천하기까지는 꾸준한 품질관리와 홍보, 판매망 구축, 고객 관리가 반복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된 상태에서 새로운 상품만 계속 늘어나면 기업의 역량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성공한 업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주력상품이 분명하다. 소비자가 그 업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상품이 있다. 그 상품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고, 그 수익이 새로운 상품 개발의 기반이 된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상품은 기존 상품의 성공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기존 상품을 포기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농촌융복합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력도 부족하고 자본도 한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하나의 상품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 훨씬 큰 경쟁력이 된다. 필자는 현장 컨설팅을 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기보다 먼저 기존 상품의 판매 현황부터 살펴본다.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지, 재구매율은 어떠한지, 고객은 왜 구입하는지, 어떤 상품이 이익을 남기는지를 먼저 분석한다. 그리고 판매가 잘되는 상품이 있다면 그 상품의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 판매채널을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제안한다. 상품은 개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정착할 때 비로소 기업의 자산이 된다. 기업의 성장은 아이디어의 개수가 아니라 시장에 정착한 상품의 개수로 결정된다. 

  

한 개의 주력상품이 열 개의 미완성 상품보다 훨씬 큰 가치를 만든다. 특히 주력상품이 아직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농촌융복합산업체라면 '자꾸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상품을 주력상품으로 육성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장성이 확인된 상품에 역량을 집중해 주력상품으로 육성하는 경영이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 왜 마케팅이 중요한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6.9.).

허북구. 2026. 전남 6차산업, 지원 신청 전에 먼저 해야 할 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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