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촌융복합산업체의 경영자분들 중에는 대부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려는 열정이 매우 강한 분들이많다.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가공품을 만들고, 유행이 바뀌면 새로운 체험을 도입하며, 박람회에서 다른 업체의 상품을 보면 곧바로 비슷한 제품을 준비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도전 정신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소비자는 이제 막 기억하기 시작했는데, 생산자는 이미 다음 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주력상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자리 잡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생소한 상품이지만, 여러 차례 접하고, 구매하고, 만족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비로소 "그곳에 가면 꼭 사야 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이러한 과정이 쌓여야 브랜드가 되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효율이나 지역적 특성이 감안되어 있는 상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1~2년 판매한 뒤 성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다른 상품을 개발하고, 다시 몇 년 후 또 다른 상품으로 바꾸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상품도 소비자의 기억 속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다.
상품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갓 심은 나무가 바로 큰 그늘을 만들지 못하듯이, 주력상품도 지속적인 관리와 홍보를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판매량보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꾸준히 노출되고 있는가이다. 실제로 지역을 대표하는 많은 특산품도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같은 이름으로 판매하고, 품질을 유지하고, 언론과 박람회, 축제,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하면서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소비자는 반복적으로 접할수록 신뢰를 갖게 되고, 신뢰는 결국 구매로 이어진다. 특히 농촌융복합산업에서는 생산, 가공, 체험, 관광이 하나로 연결된다. 주력상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체험 프로그램도 그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고, 관광객도 지역을 방문할 이유를 갖게 된다.
대표상품이 자주 바뀌면 체험 프로그램도 방향을 잃고, 홍보 메시지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상품을 자주 바꾸면 투자비도 계속 증가한다. 새로운 포장재를 제작하고, 디자인을 변경하고, 홍보물을 다시 만들고, 각종 인증과 시험을 새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기존 상품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은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사라지게 된다.
무엇보다 손실이 큰 것은 소비자의 기억이다. 소비자는 한 번에 수많은 상품을 기억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표 상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매년 다른 상품을 내세우면 소비자는 그 업체를 기억하기 어렵다. 결국 많은 비용을 들여 홍보를 해도 브랜드 자산이 축적되지 않는다.
주력상품을 유지한다고 해서 변화를 거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변화는 필요하다. 다만 주력상품 자체를 계속 바꾸기보다 기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더욱 효과적이다. 품질을 개선하고, 포장을 고급화하고, 새로운 활용법을 제안하며, 계절 한정판이나 선물세트, 체험 프로그램 등을 추가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필자는 농촌융복합산업체의 상품 개발을 지원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품의 장점을 한꺼번에 모두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는 원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음에는 생산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후에는 건강성이나 활용법, 새로운 디자인, 수상 실적 등을 차례대로 홍보한다.
하나의 상품이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면 소비자는 늘 새로운 상품처럼 느끼면서도 동일한 브랜드를 기억하게 된다. 언론 보도, SNS, 박람회, 시식 행사, 체험 프로그램 등도 이러한 일정에 맞추어 운영하면 홍보 효과가 더욱 커진다.
주력상품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력상품이 중심이 되고, 부주력상품과 연계상품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하도록 상품군을 구성하면 객단가가 높아지고 재구매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상품마다 성격이 제각각이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농촌융복합산업은 단기간의 유행을 쫓기보다 지역의 이야기를 오래 축적하는 산업이다. 소비자는 새로운 상품보다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다시 찾는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 하나를 꾸준히 키우는 일이 여러 개의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주력상품은 쉽게 바꾸는 대상이 아니라 꾸준히 키워야 하는 자산이다. 나무를 심으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리듯이, 대표 상품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성장시켜야 한다.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계획적인 홍보, 체험과 관광의 연계가 더해질 때 비로소 주력상품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고, 농촌융복합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체, 주력상품은 성장하는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7.21.).
허북구. 2026. 농촌융복합산업체, 주력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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