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 맞춤형 배송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농산물 배송사업과 복지사업을 소비 지원에 머물게 하지 말고, 복지부서와 농업부서가 함께 계획생산과 계약재배를 추진하는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복지부서는 안정적인 소비와 수요를 만들고, 농업부서는 이를 계획생산으로 연결해야 한다. 복지와 농업이 하나의 정책으로 연계될 때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도 함께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은 오랫동안 생산한 뒤 판매처를 찾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농산물을 심을 때는 수확기의 가격을 알 수 없고, 수확할 때는 얼마나 팔릴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가 줄면 판매하지 못한 농산물이 남는다. 생산의 위험에 시장의 위험까지 더해지는 구조이다.
친환경농업은 이런 부담이 더욱 크다. 일반 재배보다 생산비와 노동력이 많이 들고, 인증 유지에도 비용이 필요하다.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농가는 다음 해 친환경 재배를 계속하기 어려워진다.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 지원만큼 안정적인 판로를 만드는 정책도 중요하다.
여기에서 복지부서와 농업부서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복지부서는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고, 농업부서는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품목과 물량을 산정하여 계약재배와 계획생산을 추진할 수 있다. 임산부와 영유아 지원사업, 1인 가구 배송사업은 대상자와 지원 규모를 미리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한 예산도 이미 확보되어 있다. 이는 어느 정도의 농산물이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측 가능한 수요는 계획생산의 출발점이 된다. 행정기관이나 운영기관이 필요한 품목과 물량을 미리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가와 계약재배를 추진하면 농가는 판매처를 확보한 상태에서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 생산 후 판매를 걱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를 먼저 확보한 뒤 생산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계획생산이 확대되면 농가 경영도 안정된다. 농가는 필요한 종자와 농자재를 미리 준비하고, 노동력과 자본을 계획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 시설 투자도 예상되는 수입을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간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다.
농가가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높은 가격보다는 일정한 가격으로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이다.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 품질 향상과 친환경 재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구독상품도 함께 육성해야 한다. 시범사업은 단순히 배송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원사업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경험한 소비자가 사업 종료 후에도 자발적으로 구독을 이어 간다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구독상품은 계획생산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기 구독자가 늘어나면 필요한 품목과 물량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계약재배 규모도 확대된다. 소비자의 주문 자료는 생산계획의 기초자료가 되고, 농가는 그에 맞추어 재배 면적과 출하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대만의 채소상자와 일람채도 참고할 만하다. 소비자는 제철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공급받고, 생산자는 미리 확보된 소비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는다. 판매보다 생산과 품질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우리도 이러한 장점을 전남광주의 여건에 맞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전남광주 농산물 배송사업의 성과는 배송 건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기 구매율과 구독 전환율, 계약재배 참여 농가 수, 계획생산 면적, 참여 농가의 소득 안정 정도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복지사업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남광주 농산물 배송사업은 단순한 유통사업이 아니라 복지부서와 농업부서가 함께 만드는 정책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복지부서는 안정적인 소비와 수요를 만들고, 농업부서는 이를 계획생산과 계약재배로 연결하여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뒷받침해야 한다. 복지와 농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가 자리 잡을 때 건강한 먹거리 지원과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실현할 수 있으며, 지역농업도 더욱 탄탄한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친환경 농산물 구독경제와 대만의 채소상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5.29.).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AI 시대 식탁을 위한 구독경제를 준비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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